경제·금융 금융가

[기자의 눈] 외국계 은행의 하소연

서민우 금융부 기자




“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적법하게 진행된 배당마저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에 투자를 확대하고 싶은 외국계 은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근 기자에게 SC그룹의 SC제일은행 구조조정 계획을 제보해준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서민층의 부담 완화를 위해 시장금리 개입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계 은행들은 전 세계적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국내 금융환경과 감독 당국에 갖는 이미지가 곧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한국 시장에 갖는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정부가 서울과 부산을 전 세계 금융사들이 찾는 국제금융중심지로 만드는 움직임과도 배치된다. 아무리 정부가 나서 외국계 은행을 국내로 유치해봤자 당사자들이 우리 금융산업의 환경을 비관적으로 보면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 지난 2011년 53개였던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지난해 45개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호주계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은행은 서울지점을 폐쇄했고 인도해외은행도 국내 진출 42년 만에 짐을 쌌다.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 강화로 인해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 가운데 현지화에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SC제일은행마저 사업보고서에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사회공헌 확대 요구가 높아지면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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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자신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정치권과 당국의 시선이다. 국내 법규와 감독 규정을 준수하며 실시한 배당이 정치권에 ‘먹튀 배당’이라는 공격을 당하고 중립을 지켜야 할 감독 당국도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을 압박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진정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찾는 선진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은행들의 이 같은 하소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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