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본은 한국 등 27개국에 우대조치를 취해왔는데 이번에 한국만 제외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제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에서도 일제 징용배상을 둘러싼 본격적인 대항조치(보복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은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우리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가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벌써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우려하며 초긴장 상태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을 둘러싼 대외여건은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 투성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마당에 ‘일본 변수’까지 커졌으니 우려스럽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연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부과 잠정 중단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 협상 국면에 따라 언제든 다시 격화할 수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한일갈등 상황이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다. 안보에 이어 경제까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얼마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방식의 대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보복에 보복이 뒤따르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한일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최선책은 정부 채널을 가동해 외교적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지만 변수들이 많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민간 채널 등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갈등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과거에도 한일 당국이 얼굴을 붉힐 때마다 양국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 당장은 수출규제 품목의 대체수입선 확보가 급한 만큼 새 수입선을 찾는 데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부품소재의 일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원천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