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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출간한 스타작가 장강명 "먹고 사는 현장이 가장 비인간적이고 처연"

구조조정·자영업·재건축 등

우리사회 정면으로 응시한

단편 10권으로 충격과 반향

"철거민 다룬 '사람 사는 집'

쓰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작품"

‘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



작가 장강명(44·사진)의 단편집 ‘산 자들’이 출간 즉시 2쇄를 찍어냈다. 그는 요즘처럼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기자 출신으로는 김훈 이후 최고의 ‘스타 작가’로 통한다. 이번 신간은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담은 10개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그는 이전에도 소설 ‘댓글 부대’와 ‘한국이 싫어서’,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들로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신작으로 돌아온 장 작가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민음사 사옥에서 만났다. 여리고 선한 눈매에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작품 속 시선처럼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이 엿보였다. 그는 가벼운 이야기로 인터뷰를 풀어가기 위해 “파마를 하신 것 같다”고 물었더니 “여름이 돌아왔고, 신작 인터뷰나 방송도 해야 해서 5만 원 짜리 ‘베이펌’을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7만 원 짜리는 가격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고 3만 원짜리를 하려니 제 머릿결도 소중해서요”라고 농담하는 모습이 순한 소년 같았다.

이번에도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아픈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물었다. 그는 “가장 비인간적이거나 처연한 현장이 ‘먹고 사는’ 현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작가의 말’에서도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매일 이야기하는 한낮의 노동과 경제 문제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라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


이번 단편집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처연하고 씁쓸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책 제목인 ‘산 자들’은 단편 ‘공장 밖에서’에 나오는 표현이다. 해고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은 ‘죽은 자들’,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자들’이다. 작품집 1부 ‘자르기’의 첫 단편 ‘알바생 자르기’에서 알바생 혜미는 사장이 보기에 지각이 잦고, 딱히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다 항상 뚱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중간 관리자인 은영은 건강이 좋지 않고 집안 형편도 어려운 혜미를 동정하다가 사장이 혜미를 ‘죽은 자’ 명단에 올린 이후부터 미워하기 시작한다.


장 작가에게 등장 인물 가운데 누구 편이냐고 물었다. 그는 “마냥 착하고 마냥 악한 사람은 없고 누구 편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독자들이 알바 해고 과정까지는 중간관리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겠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알바생에게 이입을 하게 되는 소설적 트릭을 썼다”며 “건방져 보이는 알바생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었음을 보여준 반전이자 ‘낯설게 하기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알바생의 현실을 더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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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


가장 마음 아픈 단편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2부 ‘싸우기’의 ‘사람 사는 집’이라고 했다. “재건축, 철거민에 대한 이야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철거용역 앞에서 밧줄로 목을 매요. 사람 사는 집이 투자의 대상이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죠. 마음이 아프지만 집에 투자하자 말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구조적인 사회 문제에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현장을 소설로 옮기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장 작가는 언론 기사는 대상과 거리감을 유지하지만 소설은 현실을 바로 옆에서 내일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작가적 지론을 갖고 있다. 그만큼 고통의 현장을 글로 옮기는 것은 작가에게도 힘든 작업으로 보였다.

‘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


그의 소설은 선악이나 이분법적 논리가 아닌 현실을 여러 층위로 다각도로 관찰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3부 ‘버티기’의 단편 ‘음악의 가격’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홍대 인디밴드 뮤지션인 ‘지푸라기 개’를 통해 음반에서 음원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가난해지는 음악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머와 자조와 냉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지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문단에서 ‘지푸라기 개’의 아련한 독백에서는 ‘진짜 그렇게 됐으면’이라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 모든 재화와 용역이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다시 세울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할 테니까. 공급량, 보완재, 대체재를 넘어서. 그러면 좋은 음악은, 다시 소중해질지도 몰라.’
사진=오승현기자

‘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산 자들’ 장강명 작가./오승현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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