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통상 무기화 전략(자국 이익·정책을 관철 시키고자 상대국에 무역제재 가하는 것)’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 등 3개 품목의 대한(對韓 ) 수출규제 발표를 두고 “정부의 조치는 통상규칙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제 반도체 재료가 안정적으로 조달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기업들의 일본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또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극약’이라고 표현하며, 세계적으로 거래망을 넓히고 있는 삼성이 소재를 수급할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 할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일본에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 사실상의 경제보복을 단행한 것은 과거사 갈등에 무역문제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한 일본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우대 조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직접 관련이 없는 징용 문제와 무역 문제를 결부시켰다는 점에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자유무역’의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 바 있다. 불과 며칠 만에 스스로 이 말을 뒤집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일본 정부가 비판을 감수하고 경제보복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오는 21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정권과 자민당이 극우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리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에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극우층을 끌어들이려는 국내 정치용 이벤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