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강경파 빠지고 외교라인 전면에…'노딜' 교훈 삼아 '보텀업' 강화

[북미 판문점회동 이후-실무협상 키 잡는 폼페이오·리용호]

북미 대내적 이유로 회담 절실

비핵화 잘 아는 외교라인 주도

‘비핵화 로드맵’ 협의 주력 전망

“실무협상 ‘이달 중순’ 구체화

이르면 9~10월 3차회담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세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오전 북미 정상과 외교 수장이 나란히 앉은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세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오전 북미 정상과 외교 수장이 나란히 앉은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미가 지난달 30일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양 정상이 전격 회동하는 ‘세기의 이벤트’를 성사시킨 데 이어 향후 북미 협상을 외교 라인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르면 가을께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중추이면서 동시에 브레이크 역할을 했던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대남통’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뒤로 물러나고 비핵화 의제에 정통한 외교 라인이 전면에 나서면 양측 모두 실무 논의 과정에서 로드맵 도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1·2차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핵화 정의와 상응 조치에 있어 양측의 간극이 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북미 양측 모두 대내적 이유로 연내 정상회담의 개최 필요성이 큰 만큼 ‘하노이 노딜’ 재연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보텀업(bottom up·실무자 간 논의를 거쳐 정상이 최종 합의하는 방식)’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통령의 월경과 남북미 정상의 회동에 대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가운데 북한 매체들도 1일 “역사적 사건”이라고 대대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나란히 앉은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부연설명은 없지만 북미 정상이 다시 열리는 협상 창구의 총책임자로 각각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을 내세웠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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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수차례 폼페이오 장관 책임론을 제기했다. 지난달 26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정부에 북한에 적대적인 실무자들이 있는 한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네 사람이 함께한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폼페이오 장관 교체 요구는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리 외무상의 전면 부상도 주목된다. 그간 북한은 김 부위원장을 두 차례 대미특사로 워싱턴에 보내는 등 북미 협상의 전면에 세웠지만 전날 판문점 회동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영철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며 “반면 리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비핵화 의제를 너무나 잘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 국무부의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북한 외무성의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폼페이오 장관은 실무협상 재개 시점도 ‘7월 중순’ 등으로 구체화했다. 통상 정상회담 이전에 2개월여 정도 실무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전 준비가 정주행한다면 이르면 오는 9~10월께 개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 상호 신뢰를 보여줬고 실무협상을 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때 만나면 된다”며 “올해 안에, 이르면 9~10월에는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개최 장소에 대해서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히면서 워싱턴에서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박 교수는 “워싱턴 방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게 이뤄지려면 국교 정상화 수준으로 북미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대북제재는 계속 굳건히 유지될 것이고 한미 정상이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뉴욕=손철특파원·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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