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나무에도 가짜가 있다고? 우드DB가 필요한 이유 [최정석의 우드아카데미]

세상에는 목재 수집가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우표나 그림을 모으듯이 나무 샘플들을 모아 소장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맺고 있습니다. 1947년 결성된 IWCS(International Wood Collector‘s Society, 세계 목재 수집가 협회)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죠. IWCS의 회원 수는 현재까지 만여명에 이른다. 필자는 그중 유일한 한국인 회원입니다.

목재를 수집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주로 일정한 크기의 목재 샘플인 재감(wood specimen)을 각자 제작해 판매하거나 서로 교환하는데, 점점 네트워크를 넓혀가며 수집을 늘려가는 거죠. 재감 규격은 8x 15 x 1.2cm(가로 x 세로 x 두께)로 정해져 있습니다. 재감을 만들 때는 학명과 일반명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식물 분류학적 표기와 수종 식별도 정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국산재에 대해서는 재감을 제작해 연구용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많이 유통되고 있는 목재 수종에 대해서는 재감이 만들어진 적이 없고 만들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죠. 상업 수종은 시장에서 구하는 것이 쉬운 반면 그 수종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아 일일이 식별을 거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에는 대량으로 거래되는 보편적인 일반목에서부터 소량으로 거래되며 고가인 특수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종들이 있습니다. 전자는 주로 침엽수재로 북미산이고, 후자는 주로 활엽수재로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수입됩니다.

국내 목재 시장을 둘러보면 최근 목공인구의 증가로 인해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주변을 둘러 봐도 취미로 하는 목공이든 업으로 하는 목공이든지 간에 목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건축관련 전시회를 방문해 보면 목공구 전문 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가끔 들르는 특수목 업체가 활황세를 누리는 것을 보면 이런 추세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그렇기에 상업용 수종들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목재를 일반인이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선 마땅한 정보와 자료가 없습니다. 간혹 있다고 해도 전문적인 것들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외국 자료들이 그나마 좀 더 나은 것들인데 언어의 장벽보다는 용어의 벽에 막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즉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외국 자료들은 우리말로 된 자료보다 양도 많고 질도 높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언어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생소한 용어문제로 인해 체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자료들을 우리말로 번역한다 해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우드 아카데미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많은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드 아카데미는 목재 관련 이론적인 바탕을 공부하는 주당 2시간, 10주 과정으로 된 교육인데, 목재를 업으로 하는 분들과 취미로 목공을 하시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3년차에 접어든 교육과정에서 많은 피드 백이 있었는데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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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강의 현장우드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강의 현장


바로 목재 구입자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유용한 목재정보를 생산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른바 웹을 기반으로 하는 우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개방하겠다는 취지죠. 물론 미국에 원조격인 사이트가 있는 데 이는 북미재와 미국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수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버전의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목재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수입재를 대상으로 우선 150여종으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는 것이죠. 그 후 국산재 포함 매년 100여종을 추가하여 전체적으로 350여종이상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완성되면 대단히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우드아카데미에서 제작 중인 재감.현재 우드아카데미에서 제작 중인 재감.


우선적으로 국산재 중 상업성이 있는 수종 재감을 제작 중입니다. 외국 수집가들과 교환해 종류를 늘리고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재료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수입목재 취급점을 방문해 다양한 수입목을 직접 구입하여 재감을 제작하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수목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일부 수종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창목(Lignam Vitae)입니다.

유창목은 비중이 커 가장 무겁고 단단한 목재로 알려져 있으며 ‘Guaicum officinale’과 ‘G. sanctum’ 2개 수종으로 구성됩니다. 현재는 ‘CITES Appendix II’ 그리고 ‘IUCN Red List’에도 이름이 올라있는 멸종위기종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거래가 거의 금지된 상태이고 가격도 매우 고가라고 하죠. 그래서 유창목과 아주 유사한 대체재가 주로 거래되는데 바로 아르헨티나 유창목(Argentine Lignum Vitae, Verawood)입니다. 유창목은 분류학적으로 Guaicum속이지만 아르헨티나 유창목으로 불리는 가짜 유창목은 Bulnesia속으로 진짜 유창목과는 다른 나무입니다. 목재의 현미경적 구조를 근거로 해서 진짜 유창목과 가짜 유창목은 쉽게 식별이 가능합니다.

국내 특수목 시장에서 이러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제대로 된 목재정보를 제공하면 이러한 논란은 종결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아르헨티나유창목(가짜유창목)횡단면 (왼쪽)과 진짜 유창목 횡단면(오른쪽) . 횡단면의 해부학적 특성을 비교하면 수종 구분이 쉽습니다.  /사진출처=insidewood.lib.ncsu.edu아르헨티나유창목(가짜유창목)횡단면 (왼쪽)과 진짜 유창목 횡단면(오른쪽) . 횡단면의 해부학적 특성을 비교하면 수종 구분이 쉽습니다. /사진출처=insidewood.lib.ncsu.edu


우드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구축되려면 우리도 목재와 관련하여 학술적 용어나 현장 용어가 동일하게 사용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그래야만 의사소통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됩니다. 목재관련 자료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변경해 주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입니다. 특히 목재의 육안적 특성인 목리와 문양 그리고 재색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이다 보니 쉽게 서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더욱 전문적이어야 합니다. 여기 저기서 근거없이 취득한 정보로는 고객을 응대하는데 금방 한계점이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이 고가인 목제품을 거래하면서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과학적이지 않으면 누가 전문가라고 인정해 주겠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퇴직계층, 소위 엘리트 퇴직계층이 대거 목공에 입문하고 있고 나름 쟁쟁하게 목재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합니다. 우드데이터베이스의 구축으로 앞으로는 진짜 유창목, 가짜 유창목과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목재 관련 객관적 정보 유통이 많아지면 시장 투명화도 한층 가속되기 때문입니다. /특별기고=정연집 우드아카데미 대표강사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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