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기구(OPEC)가 지난달 30일 종료된 하루 120만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 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원유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 이상의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OPEC 회원국들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원유 감산 조치를 9개월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OPEC이 이날 하루 80만배럴 감산을 지속하기로 한 데 이어 2일 회의에서는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 산유국(OPEC+)도 하루 40만배럴의 추가 감산 합의를 공식화할 계획이다.
OPEC의 생산정책 결정이 통상 6개월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산연장 기간을 9개월로 잡은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중국의 원유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감산기간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글로벌 원유수요는 하루 1억배럴 정도로 추산되며 OPEC의 감산 목표치는 이 중 1.2% 정도를 차지한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미 감산 연장에 합의한 바 있어 이번 OPEC의 결정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OPEC 주요 회원국인 이란이 러시아 등 OPEC+ 국가들과의 장기간 협력 문제를 놓고 이견을 표출해 10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고 회의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제재의 여파로 원유 수출이 급감한 이란은 사우디가 주도하는 감산 결정에 반대하다 장시간 회의 끝에 연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잔 남다르 장게네 이란 석유장관은 “감산 연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방주의가 문제”라며 사우디와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면 OPEC이 해체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감산 연장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1% 오른 59.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