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D램값 곤두박질치는데...中칭화유니 "시장 진출"

D램익스체인지 "새 사업군 구성"

기존 '빅3체제' 변화 몰고올수도

칭화유니그룹 로고 /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캡처칭화유니그룹 로고 /칭화유니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D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칭화유니를 낸드플래시부터 D램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육성해 ‘반도체굴기’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으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다만 수요부진으로 최근 D램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새로운 공급라인의 가세가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중국 경제관찰망에 따르면 칭화유니는 지난달 30일 자체 ‘D램사업그룹’을 신설하고 이사장(회장)에 댜오스칭 전 공업정보화부 정보처장을, 최고경영자(CE0)에는 가오치취안 전 대만 이노테라 회장을 각각 임명했다. 댜오 회장은 30여년간 정부 내 전자·반도체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이고 가오 CEO는 페어차일드반도체·인텔·현대전자 등을 거친 업계의 대부다. 경제관찰망은 “D램그룹에 임명된 주요 인사를 보면 이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칭화유니는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해 설립한 낸드플래시 업체다. 하지만 기존 D램 업체인 이노트론과 푸젠진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당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칭화유니까지 D램 분야에서 뛰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칭화유니는 낸드플래시 생산 경험이 있고 관련 기술력도 상당해 D램 사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나설 경우 글로벌 판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0315A12 중국 반도체 기업 현황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제조 2025’의 척추 격인 ‘반도체 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른 조치였다. 그 결과 세계 1위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를 비롯해 램리서치·KLA-덴코 등 미국 장비 업체들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일제히 거래를 끊었다. 사실상 반도체 굴기는 끝났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D램보다 기술적 난도가 낮은 낸드플래시 양산도 아직 못 하는 중국이 반도체 장비도 없이 D램 수율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중국의 서버용 D램 사업을 주도하는 푸젠진화는 마이크론의 공정을 베꼈다는 혐의로 미국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면서 사업 철수설마저 나돌았다.


2일 칭화유니그룹의 D램 사업 진출 소식은 이런 악재 속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핀치에 몰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희망을 계속 가져가기 위한 ‘리스트럭처링’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14개 상장사와 2,000개 기업을 거느린 자산 규모 3,528억위안(약 60조원, 2017년 기준)의 국영기업 칭화홀딩스 자회사로, 명실상부 중국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다. 낸드 사업을 하는 YMTC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도 하고 있어 이번 D램 사업부 설립으로 사실상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변모하게 됐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미국의 D램 업체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퇴짜로 좌절되기도 했다. 중국이 반도체 재도약의 선봉에 설 업체로 칭화유니를 낙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임원은 “아무리 물량공세의 중국이라 해도 메모리 업황 악화 등으로 기업에 대한 무작정 지원이 어렵다”며 “칭화유니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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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반도체 수입규모가 원유보다 많은 2,600억달러(2017년 기준)나 되는 중국으로서는 미래 기술 패권과 맞물려 반도체 사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현재 20%도 되지 않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그대로다. 특히 칭화유니는 지난 2017년부터 300억달러를 들여 메모리 공장을 난징에 짓고 있다. 칭화유니의 D램 사업 진출은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반도체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국가 차원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중국의 메모리 양산 현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외신을 종합하면 낸드에서는 YMTC가 연내 64단 제품 양산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D램에서는 이노트론이 모바일용 25나노 시제품을 출시한 정도다. 말만 무성할 뿐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중국 정부는 칭화유니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기술 격차 축소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장비 금수 조치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메모리 양산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다만 YMTC의 경우 계속해서 낸드 양산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고 있어 결과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단 중국이 품질을 갖춘 낸드를 연내 양산할 수 있느냐가 1차 시험대”라며 “이후에 D램 양산 가능성을 타진해도 늦지 않다”고 짚었다. 칭화유니의 D램 사업 진출을 벌써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D램 과점 구조를 흔들 다크호스 출현으로 연결짓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낸드만 해도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D램 가격은 올 들어 6개월째 하락 중이다. 만에 하나 중국의 메모리 양산 시기가 앞당겨지면 수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가 양산되는 시점부터 곧바로 저가품에 중국산 메모리 사용을 강제하는 등 중국이 자국 기업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며 “초격차를 가속화하는 불쏘시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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