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전 이사회는 주택용 누진 구간을 7~8월에 확대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약관 개정을 의결했다. 이렇게 하면 1,629만가구가 전기요금을 월평균 1만142원씩 할인받고 한전은 2,800억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에게 3,964억원의 할인혜택을 줬던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를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법으로 한전이 그 손실을 보전받게 된다는 것이다. 여름 성수기 전기요금이 1만원가량 인하될 것이라며 반색했던 국민들은 되레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정부가 조삼모사식 대응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전은 원가 이하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적자폭이 커지는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한 요금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기순익이 7조원대에 달하던 한전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1·4분기 6,29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면 이 같은 단기처방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고집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전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전기 생산비용은 늘 수밖에 없다. 값싸고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엉뚱한 정책을 펴면서 부작용은 국민에게 떠넘긴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의 아집을 버리고 에너지정책 전환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둔화의 여파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전기료 부담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