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밤에도 불켜게 해달라" 4만개 기업연구소의 호소

주52시간에 R&D 기반 흔들

부족한 인력 충원도 어려워

신기협, 정부에 특례 건의




# 수도권의 중견 전자부품 제조기업 A사는 주 52시간 근로제 문제로 시름에 빠졌다. 수요처의 주문에 맞춘 상품개발 때문에 연구인력들의 밤샘작업이 많은 이 회사는 주 52시간제 실시로 업무시간 조정이 어려워 인력을 충원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쓸만한 석·박사급 인재는 눈높이가 높아 구하기 어려웠고, 지원자는 일부 있었지만 경력수준이나 실무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회사 임원은 “결국 경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급히 충원하려고 약간명을 채용했는데 당장 개발업무를 맡기기에는 실력이 떨어져 솔직히 비용만 더 들고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A사의 사례는 소수기업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 52시간제가 대한민국 연구개발(R&D)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산업계와 연구기관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달부터 R&D 업무도 기업 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주 52시간제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인력운용난이 현실화했다. 지난 1일부터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내년 7월부터는 50~299인 사업장에서 연구개발업도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그보다 영세한 5~49인 사업장조차 2년 뒤인 2021년 7월부터 특례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다는 입장이지만 산업현장에서는 R&D 업무 특성에 전혀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아우성이 일고 있다. R&D 업무는 핵심 연구자 한 명이 퇴근하면 다른 연구자들이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쟁기업이나 경쟁국은 신기술 확보에 가속 페달을 밟는데 우리 기업 연구소들은 주 52시간의 틀에 묶여 저녁이면 불이 꺼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관련기사



관련업계의 불만이 폭발하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총대를 메고 정부에 제언을 하고 나섰다. 산기협은 ‘2019 산업기술지원정책 건의’ 보고서에서 4만여개의 기업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뒤 R&D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을 유연하게 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4일 밝혔다.

정부에서도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