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전기차 튜닝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6년 자동차 구조변경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튜닝이 가능해지기는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클래식카나 장기 보유 디젤 차량 등을 전기차로 변경하는 이들의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막상 이 제도를 활용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공식 승인을 받은 차량은 없다. 안전인증을 받는 과정에 드는 비용도 상당하고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튜닝하는 데 드는 비용은 배터리 교체 비용(약 1,500만원) 등을 포함해 약 2,500만~3,000만원 수준이다. 만약 4,500만원의 전기 승용차를 사면 중앙정부에서 최대 900만원, 지방자치단체에서 450만~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튜닝보다 새 차를 사는 편이 더욱 낫다.
여기에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제동과 변속 장치 등이 추가적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튜닝한 전기차 1대가 정식으로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1억2,000만원에 달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개인이 아닌 법인이 전기차로 구조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애프터마켓이라고 하는 튜닝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효수 이모빌리티IT융합산업협회 국장은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구조변경하는 튜닝은 불법이 아니지만 인증 문제 등의 규제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관 부처인 국토부는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규제를 완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문제지만 관련 규제가 전기차 튜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특히 클래식카나 노후 차량 소유주라면 전기차로 개조하려는 니즈가 높기에 규제만 해결되면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몇몇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 아래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라보) 차체에 모터 기반의 구동 시스템을 넣은 경상용 전기트럭 ‘라보 EV 피스’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파워플라자는 올해 4월 쉐보레 올란도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또한 14개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이모빌리티연구조합에서는 전기차 튜닝에 필요한 부품을 키트로 만드는 방식으로 안전인증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사후관리(AS) 등의 문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수민·강광우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