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에게 흔한 피부암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누적된 자외선 노출, 짧지만 강한 자외선 노출, 노인 인구 증가, 자외선의 영향에 민감해지는 면역억제제 사용 증가, 발암물질·방사선 노출,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다. 인공 태닝도 서양인에게 흑색종을 1.8배, 기저세포암을 1.7배 높이는 요인이다.
피부암 중 가장 흔한 기저세포암은 전이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발생 부위만 완전히 제거하면 완치할 수 있다. 다음으로 흔한 편평세포암은 햇빛 과다노출로 인한 광선각화증이 진행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암 중 가장 치명적인 악성 흑색종은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빠르게 전이된다. 아직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어 사망률이 높다. 동양인의 경우 손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에 점인줄 알았다가 진단이 늦어져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계가 불규칙하고 모양이 비대칭적이거나 다양한 색으로 보이는 경우, 길이 0.6㎝ 이상인 경우 흑색종으로 의심하고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외음부·항문 주위에 습진으로 오인되기 쉬운 유방외 파젯병, 비교적 젊은 나이의 피부에 단단한 결절 형태로 나타나는 융기피부 섬유육종 등도 주목해야 할 피부암이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병변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과 접목해 피부암 여부를 자동 진단할 수 있는 장비와 앱도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피부암 병변을 암이 아니라고 진단할 확률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피부암 세포가 표피에 국한돼 있으면 긁어내거나 냉동시켜 제거하는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재발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전암성 병변이나 표재성 피부암은 병변에 광감작제를 바르고 광선을 쪼여 암 부위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광역동치료도 한다.
수술은 피부암을 완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피부암 세포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얼마나 깊이 침윤돼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최근 피부암을 점·검버섯으로 오인해 레이저 치료를 받은 뒤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암세포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알 수 없어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오병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