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해진 우라늄 농축 상한을 높이고 유럽에 다시 60일 안에 핵합의를 이행하라고 경고했다. 핵합의 존속을 주장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15일까지 핵합의 유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이란과 합의했지만 미국이 유럽에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앞서 예고한 대로 우라늄 농축도 상한을 수시간 내 기존 핵합의에서 정한 3.67%보다 끌어올린다며 “유럽이 또 60일 안에 핵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핵합의 이행범위를 더 줄이는 3단계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제재하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란의 요구를 유럽이 이행하지 않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란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영국 가디언은 이란이 농축도 상한을 5%로 높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이란 최고지도자 외무담당 수석보좌관은 지난 5일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봉으로 쓰기 위해서는 5% 농도의 우라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1년 만인 5월8일 핵합의에서 제한한 저농축우라늄(LEU)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긴다는 1단계 조처를 발표했다. 이란은 당시 핵합의 당사국인 유럽이 60일(7월6일) 이내에 핵합의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2단계 조처를 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란은 이달 1일 핵합의에서 정한 LEU 저장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를 이미 넘겼다고 밝히며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일단 농축도 상한을 높여도 산업·에너지 등 평화적 목적으로만 우라늄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5% 농도의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에 필요한 농도(90% 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통상 산업용(핵연료봉) LEU로 분류된다. 이란은 핵합의 성사 전 20% 농도까지 우라늄을 농축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축도 상한이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이 2015년 체결된 핵합의 탈퇴 수순을 밟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15일까지 핵합의 참여국 간 대화재개 조건을 마련하겠다며 이란을 달랬다. 프랑스 정부는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1시간 동안 통화를 하며 이러한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핵합의 유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시한 내 극적 해결책을 마련할지는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에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영국 등 핵합의 참가국들 사이에서도 핵합의 유지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4일 이란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가던 유조선을 유럽연합(EU) 제재 위반 혐의로 나포해 이란 정부를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