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승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동기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속 성장 vs 조세 형평성 훼손

'가업상속공제제도' 인식 대립

일정 규모 공제 받은 상속인에

소득세 추가 부과 방안 고려를




지난달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 ·중견기업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하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 지속적·장기적 성장을 지원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가업상속’보다 ‘기업승계’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업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발생하는 상속세는 단순히 상속인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문제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의 지속성 및 혁신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독일과 일본에서 탄력적인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일부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가족소유경영체제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조세제도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가끔 ‘기업을 자녀에게 꼭 물려줘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물론 모든 기업이 자녀에게 승계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오너경영체제를 대체할 전문경영체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이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식 전문경영체제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수한 유형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연합체제로 운영된다. 오너경영자 없이 전문경영자가 경영하는 기업들이 다수 나오려면 아직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제도개편안에는 가업상속공제제도 사후관리기간 단축(7년), 업종변경 허용범위 확대, 자산유지의무 완화, 중견기업 고용유지의무 완화, 상속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확대(최대 20년) 등 기업에 긍정적인 조항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계에서 강하게 요청했던 가업상속공제 대상(현재 매출 3,000억원 이하)과 한도(현재 500억원) 확대 등 중요 이슈에는 변화가 없어 획기적인 제도개편을 기대했던 기업현장에서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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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한 본질적 인식에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쪽의 입장은 혁신성장론에 가깝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가능한 한 보다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혁신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혁신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만이 아니라 전통적 중소 중견기업도 혁신성장의 적극적인 주체여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쪽 입장은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 확대가 부의 대물림 억제나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는 특혜라고 비판한다.

결국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하나의 제도에 모두 반영하다 보면 다소 어정쩡한 개편안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두 입장 중 어느 한쪽의 의견만 반영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둘러싼 딜레마적 상황을 좀 더 통합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생각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우선 가업상속공제제도와 관련된 두 가지 정책과제,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조세형평성 제고를 분리한다. 중소· 중견기업의 지속적 성장지원 목표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과감한 개편으로 달성한다. 개편안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 확대를 포함한다. 조세형평성 제고 목표를 위해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에게 일정 기간 일정 비율의 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한다. 상속세 부담을 개인소득세 부담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다.

기업가들이 세금 얼마를 덜 내기 위해 징징거리는 것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어느 중견기업인의 얘기가 이런 제안을 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승계 활성화와 조세형평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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