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정치적 갈등이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소니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 행사를 줄줄이 연기하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8일 소니는 오는 11일로 예정된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소니 측은 연기 이유에 대해 내부 사정이라고만 설명했지만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악화된 한일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 일정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직후인 5일 고지됐다. 양국 관계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한국 내 소비자들도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에 나서는 등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예정됐던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는 5일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출시된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소니 측은 이달 중에 출시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소니뿐만 아니라 ‘뫼비우스’ ‘카멜’ 등을 생산하는 JTI코리아는 당초 11일 신제품 출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 이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지난달 이미 언론에 일정이 고지됐다. 이와 관련해 JTI코리아 측은 “실내 흡연이 불가능한 만큼 실외에서 시연 행사를 준비했는데 당일 비가 예보돼 어쩔 수 없이 미룬 것”이라며 “추후 일정이 확정되면 다시 공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 속에서 신제품 출시를 강행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일본산 불매 운동 악재에 자칫 신제품 출시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중지에 돌입하겠다며 일본 맥주와 담배 등을 전량 반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도 일본산 제품의 목록을 공유하며 불매 운동이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고병기·김현상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