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질병치료 넘어 행복한 삶으로...'해피 드러그' 뜬다

최근 여성용 비아그라 출시 등

성기능서 탈모·비만치료까지

관련 시장 1,000억弗 넘어서

제약업 차세대 격전지로 부상




고령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며 질병 치료제에 국한됐던 의약품 시장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등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는 첨단치료제 만큼 만성질환으로 떨어진 삶의 질을 올려주는 ‘해피 드러그’가 글로벌 제약사의 차세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아맥’의 폐경기 여성의 성욕 저하를 해소하는 치료제 ‘바이리시’를 품목 허가했다. 2015년 여성용 비아그라 ‘애디’를 허가한 데 이어 여성 성욕 감퇴 치료제로는 두번째다. ‘바이리시’는 브레멜라노타이드라는 호르몬으로 성욕과 관련된 뇌 경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욕감퇴장애 여성환자가 성행위 45분 전 대퇴부에 자가주사하면 억제력을 줄이고 신경계를 흥분시키는 등 주요 뇌 수용체의 반응을 활발하게 한다. 앞서 허가받은 애디가 술과 함께 사용할 수 없는 반면 바이리시는 이와 같은 제한이 없다.

다만 바이리시가 국내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리시의 국내 판권은 광동제약이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아직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국내 허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의약품을 뜻하는 ‘해피 드러그(Happy Drug)’는 당초 우울증 치료제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 증상이 완화된다는 의미에서였다. 이후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이 등장하며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는 의약품을 뜻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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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비만, 성기능 장애 치료제가 대표적인 해피 드러그로 꼽힌다.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위축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아그라가 대표적이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비아그라는 음지에 머물렀던 노년층의 성생활을 양지로 끌어낸 주역으로 꼽힌다. 이처럼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해피 드러그를 통해 일상에서의 자신감을 높이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해피 드러그 시장이 이미 1,000억달러 (약 118조원)를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출산 직후 많은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산후우울증 치료제도 대표적인 해피드러그다. 올 초 FDA의 품목허가를 얻은 줄레소는 임상에 참여한 여성의 75%의 우울증상이 50% 이상 호전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병원에 입원해 60시간동안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업계는 줄레소가 그동안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던 산후우울증 환자들에게 단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는 이미 국내에서도 널리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삭센다는 입소문을 타며 올 1·4분기 매출 105억원을 기록해 출시 1년만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2위인 대웅제약의 디에타미(23억), 3위인 일동제약의 벨빅(21억), 4위인 휴온스의 휴터민(14억)을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프로페시아 역시 성욕감퇴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4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피드러그도 엄연한 약물인 만큼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인터넷 등에서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삭센다에 대해 “첫 투약은 반드시 의사를 통해야 한다”는 안전 지침을 발표했다. 대장내시경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면제 ‘프로포폴’ 역시 초창기에는 ‘복용하고 잠을 자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 연예인들과 기업인들 위주로 오남용이 이뤄졌지만 마이클 잭슨이 이로 인해 사망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감독을 강화한 바 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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