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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조 2025 몰두할 때 우리는 뭐했나...민관학연 뭉쳐 '산업전환2030' 추진을"

[日경제보복 공학한림원 토론회-'한국산업 구조 전환' 진단·처방]

이대로가면 L자형 장기침체 예상

고부가 산업구조·노동개혁 필요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는 ‘인더스트리 트랜스포메이션 2030(산업전환 2030)’을 구상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공학한림원이 9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산업 구조전환:공학한림원의 진단과 처방’ 토론회에서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 납치·실종 사건에서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운명의 시간인데, 우리가 바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명운을 가를 크리티컬 아워를 지나고 있다”며 “앞으로 5년 내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통해 산업용 로봇 70%, 재생에너지 장비 80%, 스마트폰 칩 40% 국산화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공학한림원은 2020~2021년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 비전과 행동계획인 ‘산업전환 2030’을 단계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공학한림원 산업미래전략위원장인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어 R&D·기술·제품·공정혁신을 꾀하고 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인더스트리 트랜스포메이션 2030을 위해 “지속성장 산업군(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기 등)은 핵심 인력 육성, 구조개편 산업군(조선·자동차·건설 등)은 산학연 R&D 지원, 신성장 산업군(바이오의료·5G통신·2차전지 등)은 규제 해소와 핵심 원천기술 개발이 각각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학한림원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소개하며 “80% 이상이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5년 이상 성장률 하락으로 소위 L자형 장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답했다”며 부가가치 창출형 산업구조 전환과 고용·노동시장·교육·규제개혁을 주문했다. L자형은 천천히 불황을 보이면서 회복 국면을 나타내지 않은 채 5~10년의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비용 증가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증가는 효율적인 자원 재배치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최근 규제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도 상당한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보편적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한국형 실업부조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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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제언을 쏟아냈다.

노기수 LG화학 사장은 글로벌 화학기업과 중국·일본 기업의 경쟁력 요인을 짚은 뒤 “우리가 업계 자율로 선제적 구조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기존 중국·일본·동남아 위주 시장을 북미·유럽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기계도 자가진단을 통한 고장 예방, 자가 정비보수 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가 주도해 민관학연이 기업에 필요한 융복합기술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만들고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이를 응용해 많은 부가가치 창출 제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면 KT 사장(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은 “게임이 5조원 전후의 수출효과를 내는 것으로 아는데 서비스 분야에서도 수출효과가 크다”며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건 전 녹십자 대표는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바이오 시장의 구조전환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등 재생의료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이나 3D프린팅 등과 융합해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며 “2030년 글로벌 바이오 제약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국제표준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10여년 전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바이오시밀러와 세포치료제를 선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조 단위의 투자를 하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위상이 높지만 세포치료제는 미약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줄기세포치료제가 첫째·둘째·셋째 모두 국내에서 탄생했으나 벤처의 한정된 자금력으로 국내에서만 조건부 허가를 받아 이제서야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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