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인사이드]예측불가 정책에 '믿을맨' 떠나...좌파 암로號 '암울'

■'상식의 아이콘' 멕시코 재무장관 돌연 사임

10년이상 대통령 곁 지킨 참모

"좌우 균형 맞춘 정책 필요한데

멕시코시티 공항 건설 취소 등

충분한 근거없이 결정" 쓴소리

경제 내우외환에 불확실성 악화

페소화 가치·주가지수 등 줄하락

출범 1년만에 지지율도 11%P↓

9일(현지시간) 돌연 사임을 밝힌 카를로스 우르수아 멕시코 재무장관이 지난 2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연합뉴스9일(현지시간) 돌연 사임을 밝힌 카를로스 우르수아 멕시코 재무장관이 지난 2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경제개혁을 내세우며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 최측근인 재무장관의 정책불화 폭로로 위기를 맞았다.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 위협과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멕시코 경제정책을 이끌어온 재무장관이 암로 행정부의 정책 문제점을 비판하며 전격 사임함에 따라 멕시코 경제는 더욱 깊은 불확실성의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를로스 우르수아 멕시코 재무장관이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우르수아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좌파·우파를 막론하고 경제정책 수립은 모든 극단주의에서 자유로운 여러 잠재적 영향을 고려하고 증거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적으며 암로 행정부 내에서 일부 공공정책 결정이 충분한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암로 대통령이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의 재무 담당으로 10년간 함께 일하는 등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온건 성향의 인물이다. 암로 대통령은 즉각 사임을 수락하고 아르투로 에레라 재무부 차관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은 이미 위축된 멕시코 경제에 대한 시장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한때 달러화 대비 2% 이상 하락했으며 주가지수도 1% 이상 떨어졌다.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암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제개혁과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당선됐지만 멕시코 경제는 지난해 12월 그가 취임한 후 더욱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에서 올해 1.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5월 멕시코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6%로 낮춰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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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암로 대통령은 멕시코 최대 공공 프로젝트였던 130억달러 규모의 멕시코시티 공항 건설을 ‘돈 낭비’라는 이유로 전격 취소시켜 경제계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우르수아 장관은 당시 이에 반대하며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암로 대통령은 또 부채에 허덕이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에 80억달러 규모의 정제공장 건설을 맡겨 논란을 일으켰다. 우르수아 장관은 물론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프로젝트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프로젝트 추진을 강행한 대통령은 해외 기업의 입찰을 무효화하며 페멕스에 프로젝트를 일임했다. 우르수아 장관은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을 당일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은 결국 멕시코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페멕스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인 ‘BB+’로 강등하고 멕시코의 국가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낮췄다. 피치는 “암로 정부의 재정 지원 및 세금 감면이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거나 신용도 하락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암로 정부의 예측 불가한 경제정책도 등급 강등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패척결과 지출삭감으로는 경제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정부가 일부 프로젝트를 폐지하거나 증세에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암로 정부에 대한 여론의 평가도 싸늘해지고 있다. 멕시코 유력 경제지 엘 피난시에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당시인 지난해 12월 77%에서 올 6월 66%로 떨어졌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답변이 54%를 차지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인 엠프라의 알레한드로 슈툴만 대표는 “우르수아는 예측 불가능한 행정부 내 ‘상식과 안정’으로 통했다”며 “그는 대통령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하느라 고군분투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의 알프레도 쿠티뇨 중남미 담당 국장은 “(멕시코 경제의) 문제의 근본은 정부의 정치와 경제 분야 사이의 마찰”이라며 “우르수아 장관이 사임 서한을 통해 언급한 (암로의)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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