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나온 소니의 첫 워크맨을 오마주해서 DAP(Digital Audio Player)케이스를 만들었어요. 소니와 첫 미팅을 했는데 저희 제품을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야하는지 소니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도 얻었죠.”
조대웅(40·사진) ㈜디그니스 대표는 10일 서울 문정동 송파테라타워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소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으로 떠올렸다. 그는 제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는 게 목적인 여느 온라인 쇼핑몰 대표가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끼는 ‘수공업자’가 더 어울리는 사업가다.
지난 2012년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뛰어든 디그니스는 모바일기기 가죽 액세서리 전문업체다. 휴대폰 케이스부터 게임기, 카메라 등 제품군은 다양하다. 디그니스는 ‘From’을 뜻하는 라틴어 De와 불꽃을 뜻하는 lgnis의 합성어다. 이 이름처럼 조 대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정말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자’는 생각으로 2011년 창업을 했어요. 창업 이후 혼자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됐어요. 지금은 일본에 영업직원까지 두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소량 생산을 고집한다. 신제품은 연 평균 6~10개 출시한다. 메탈부터 가죽까지 소재를 엄선하고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까지 고려해 까다롭게 만들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MP3 최고급형 제품의 가격은 400만~500만원에 달한다. 대량 생산을 위한 소재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와 수작업으로만 제품을 만든다.
“어떤 제품은 디자인에만 1년이 걸렸죠. 매출을 위해서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완성품을 만들어 놓고 최종 단계에서 판매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우리가 가지고 싶은 제품이 맞는지 다시 생각했어요. 우리가 갖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팔 수 있나요.”
디그니스 제품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별도 광고 없이도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폴란드에서도 제품이 판매될 정도다. 카페24를 통해 글로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판로 개척을 위한 전시회에 지금껏 한 번 참가했지만 제품이 입소문을 타다 보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자연스럽게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조 대표의 고민은 매출 증대보다 디자인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과정만큼 유지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한다. “디자인을 너무 쉽게 도용당해요. 게다가 이런 제품은 가격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죠. 디자인 특허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아요. 모바일 제품의 수명은 길어야 2년이죠. 특허를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요.”
조 대표의 목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저희 같은 곳이 노력을 해야 국내 생산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요. 최대한 ‘메이드 인 코리아’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디그니스의 일을 그저 비즈니스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잘 키워서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