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불안감에 D램 현물가격이 10개월 만에 처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D램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필수 부품인 만큼 일본 정부가 무차별적인 확전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가장 수요가 높은 제품인 DDR4 8Gb D램의 현물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평균 3.0달러로 전날 대비 1.2% 올랐다. 이 제품의 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9월14일 0.2% 오른 7.4달러를 기록한 뒤 10개월 만이다. 이에 비해 구형 제품인 DDR3 4Gb D램 가격도 8일부터 10일까지 연일 상승세를 탔다. ☞17면으로 계속
가격폭등 불안감에…기업들 “재고 늘리자”
투기적 매수 움직임에 수요 늘며
현물가격, 전날보다 1.2% 뛰어
“반도체 재고 해소 도움” 전망속
일각선 “업황 개선 신호” 해석도
D램 현물가격의 반등은 일본의 반도체 재료 수출규제에 대한 우려로 D램 수요자들이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모듈 업체가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투기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D램 공급 차질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매수세가 대규모 발생하고 D램 현물가가 대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일본의 규제가 D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이러한 현상은 반도체 재고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국내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는 6주 이상의 공급분이 남은 만큼 두 달 정도는 가동이 중단돼도 큰 영향이 없고 (공급이 줄면) 비싸게 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본이 수출 불허까지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아니면 과도한 반도체 재고를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이란에서 정치적 불안이 있으면 유가가 오르듯 국내 업체들이 D램 생산을 못하게 된다면 전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고 지구적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불편해지는 회사들이 많아져 일본 정부가 수출 불허까지 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현물가격의 움직임이 미약하나마 장기적인 D램 업황 개선의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고객들의 재고가 어느 정도 감소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매수세라도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은 전체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는 PC용 D램뿐이지만 모바일용·서버용 D램에 앞서 가격이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김경민 하나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시황이 개선될 때는 매일 집계되는 현물가격의 방향성이 먼저 전환한 뒤 월별로 집계되는 고정거래가격이 뒤따라 움직인다”며 “2016년 D램 사이클이 호황기에 접어들 때도 업황 개선이 현물가격에 먼저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로 3·4분기 서버용 D램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 연구원은 “인텔이 올 4·4분기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서버용 CPU 신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고 있다”면서 “3·4분기 말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가 정상 수준 이하로 축소된다면 인텔의 CPU 신제품 출시가 D램 수요 증가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