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일부 신체접촉을 용인한 상대라도 동의 없이 기습키스를 했다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고소인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방송국에 다니던 A씨는 2014년 직장 선배 B씨가 술집에서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길을 걷다 손을 잡거나 골목길에서 기습 키스를 하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B씨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B씨는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도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며 사건을 재판에 회부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와 B씨가 서로 호감을 가진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6대1 의견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A씨가 B씨와 술집에서 단둘이 4시간 동안 술을 마시고 상당 시간 산책하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본 것이다. 특히 CCTV 영상에서 A씨가 B씨와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하는 장면이 다수 나타난 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B씨가 A씨에게 협박성 행동이나 발언을 하지 않았고 A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점도 재판 결과에 반영됐다. 배심원들의 의견에 따라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B씨가 협박성 발언을 했는지, A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등의 여부는 일순간 기습추행을 당했는지 여부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A씨가 일정 수준 신체접촉을 용인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의 주체로서 언제든지 동의를 번복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기습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