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로드리고 두테르데 대통령이 이끄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잇따라 비판을 제기하자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어 이번에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1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우리는 UNHRC에서 탈퇴한 미국을 더 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UNHRC 회원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필리핀 당국에 사법절차를 벗어난 살상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 대표에 1년 안에 이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록신 장관은 이에 대해 “필리핀에서 아이슬란드 결의안에 따른 어떠한 조사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2월에도 ICC가 초법적 처형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경찰 등에 조사 거부를 명령하고 같은 해 3월 ICC 탈퇴를 선언했다. 필리핀 정부는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3월 ICC 탈퇴가 확정되자 파투 벤수다 ICC 검사의 필리핀 내 이동을 금지하고 ICC 관계자가 입국하는 즉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용의자 6,6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초법적 처형’으로 실제 희생자가 2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고, 국제사면위원회(AI)는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대규모 살인 사업’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