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가 사업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미국산 제품의 비율을 최대 95%로 끌어올렸다. 경쟁국에 고율 관세를 때리면서 미국 상품 구매에 정부가 앞장서는 ‘바이 아메리카’ 전략이 더욱 노골화된 것이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기관의 인프라 사업에 미국산 철강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세 번째 연례 ‘미국 상품 쇼케이스’에 50개 주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을 초대하고 서명식을 열었다. 그는 “우리 행정부의 철학은 간단하다. 우리가 미국에서 지을 수 있고, 키우거나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미 연방기관이 공항·도로·교량을 건설할 때 사용해야 하는 미국산 원자재 비율은 기존 50%에서 점차 75%까지 높아지게 됐다. 철강제품의 경우 그 비중이 95%로 확대된다. 현재 연방기관은 ‘미국산 우선구매법’에 따라 인프라 사업에 사용하는 원자재 가운데 50%를 미국산으로 채우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번 조치가 미 정부의 미국산 선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 행정명령 서명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지난 2017년 1월 취임 후 수주 만에 자국산 원자재 구매 예외규정을 대폭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연방정부가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에서 ‘바이 아메리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관행을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편 한국 철강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국가 인프라 사업에 미국산 철강 사용을 요구했고 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만큼 당장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 업체 고위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민간 사업에 쓰이는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라며 “유정용강관·송유관 등을 주로 수출하는 세아제강의 경우도 정부 사업보다 민간 사업의 비중이 많아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장벽은 물론 비관세장벽을 높여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창영·박한신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