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는 미국이 이번 관세를 시작으로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까지 높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공공 부문에 대한 해외 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본색을 다시 한 번 드러낸 터라 경계심은 특히 크다.
최대 후판 수출업체인 포스코는 이번 예비 판정 결과가 발표된 직후 미국 내 수요 업체와 계약 내용을 재점검하고 있다. 관세율 인상으로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업체와 부담을 나누는 방향을 놓고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판의 경우 대미 수출량이 많지 않은 터라 당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20%를 웃도는 관세를 온전히 떠안기는 부담스러운 터라 수요 업체와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후판은 약 1억5,000만달러 규모다.
업계는 후판뿐 아니라 다른 개별 품목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외국산 자재에 대한 무역 장벽을 더 높일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 연방 기관들이 인프라 사업을 벌일 때 철강 등 미국산 원자재를 더 많이 쓰게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연방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는 미국산을 50% 이상 써야 하는데 미국산으로 판정하는 기준을 대폭 강화해 해외산 자재 투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특히 철강의 경우 미국에서 부가가치의 95%를 넘게 생산한 제품만 공공사업에 쓸 수 있게 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호무역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가 관세율 인상을 후판보다 수출량이 많은 열연 등 품목으로 확대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철강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업계의 근심을 깊게 하고 있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자국 철강업체의 수익률이 줄어들면 미국 정부가 외국산 철강재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내 전체 철강 가격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열연 가격을 보면 7월 기준 톤당 611달러로 톤당 1,014달러를 기록했던 1년 전보다 40% 가까이 폭락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건설 사업 경기 등이 꺾이면서 철강 가격이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며 “미국 철강업체들이 시장 가격보다 높게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붙들려고 하는데도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우보·박한신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