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문화재의 뒤안길] 경주 인왕동 사지

발굴 전엔 '인용사지' 였는데...이름 바뀌어

사적 제533호 경주 인왕동 사지. /사진제공=문화재청사적 제533호 경주 인왕동 사지. /사진제공=문화재청



경주에는 수많은 신라 시대의 절터가 남아 있다. 황룡사지·분황사지·감은사지처럼 절 이름이 분명한 곳도 있는 반면 이름마저 전하지 않는 절터도 많다. 조사와 연구로 절 이름이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도 더러 있고 반대로 이전까지 알려졌던 이름이 다른 명칭으로 바뀌기도 한다. 경주 월성 남쪽의 남천 건너의 신라 시대 절터인 사적 제533호 ‘경주 인왕동 사지’도 발굴조사 전에는 ‘인용사지’로 불리다가 발굴 이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곳이다. 오래전부터 ‘인용사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삼국유사에 따르면 ‘인용사’는 태종 무열왕의 둘째 아들 김인문을 위해 건립된 사찰이다.


지난 1916년 발행된 경주지도에서는 이곳이 ‘인왕사지’로 표기돼 있는데 절터가 있는 ‘인왕리’의 동네 이름 때문인 것 같다. ‘인용사지’가 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1931년 당시 경주고적보존회의 오사카 긴타로가 이 절터 이름을 ‘인용사지’라고 명명했다. 아마도 ‘인왕사지’와 삼국유사에 보이는 ‘인용사’ 간의 발음이 비슷해서 ‘인용사지’로 추정한 것 같다.

관련기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2~2011년 이곳을 발굴하면서 절 이름이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했다. 동·서 석탑을 비롯해 금당·회랑·중문과 같은 여러 유구가 확인됐다. 기와·토기·금동불 등 다양한 유물도 나왔다. 하지만 절 이름을 ‘인용사’로 단정할 만한 고고자료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발굴 후 학술적 가치가 높아 사적으로 승격됐음에도 이름은 부득이 ‘인용사지’가 아닌 지역명을 사용한 ‘경주 인왕동 사지’가 됐다.
/박윤정 문화재청 발굴제도과장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