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30여년 전 불법으로 쓰레기를 매립했더라도 현재는 제거 의무가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장 모씨가 김포시를 상대로 낸 매립물 제거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토지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는 매립된 후 30년 이상 지났고, 그 사이 주변 토양과 뒤섞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토양과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돼 있다”며 “이러한 상태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 쓰레기가 현재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는 이른바 ‘방해배제청구권’은 침해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한데, 쓰레기가 토양과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침해가 이미 종료됐다고 봐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포시는 지난 1984년부터 1988년까지 A씨 소유의 땅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매립했다. 2010년 A씨로부터 이 땅을 산 장씨는 지하에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을 알게 되자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쓰레기 제거 비용 1억5,346만원을 손해배상 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과거의 쓰레기 무단매립으로 인해 생긴 결과로서 토지 소유자의 손해에 해당할 뿐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쓰레기를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매립한 자는 매립한 쓰레기를 수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며 제거 의무는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