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약속한 신차 2종 외에 다른 국내 생산 차종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당장 2022년이 되면 부평 2공장의 생산 물량이 바닥나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또 국내에 10년 잔류하는 조건으로 ‘노동유연화’를 꺼내 들었다. 사무직에 이어 생산직까지 더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3일 한국GM에 따르면 임한택 노조위원장 등 노조는 카허 카젬 등 경영진과 지난 17일 진행한 단체교섭에서 “2022년 8월 이후 신차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영진은 “2022년 이후 정의된 제품은 없다”고 못 박았다. 사측은 지난해 GM과 산업은행이 약 8조 원을 투입할 때 합의한 신차 2종(SUV 1종·CUV 1종) 이외에 추가로 국내에서 생산할 물량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로써 부평 2공장은 3년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 본사를 찾은 줄리안 블리셋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부평 2공장의 운명에 대해 “영업기밀”이라며 “비용 대비 효율성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려해도 생산 물량이 있어야 한다. GM 본사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의 공장 5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하며 올해 말 해외 공장 2곳을 추가로 문을 닫겠다고도 밝힌 상황이다. 이미 호주와 러시아·인도네시아·유럽에 이어 지난해 군산까지 잇따라 공장을 철수했다. 가동률이 30% 이하인 부평 2공장이 추가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에 사측이 추가 신차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부평 2공장은 2022년 이후 물량이 바닥난다. 현재 약 17만대가 생산 가능한 부평 2공장은 중형 세단 말리부와 연 356대(내수기준) 팔리는 아베오뿐이다. 말리부의 생산계획은 2022년 8월까지로 알려져있다. 2022년이 되면 사실상 공장이 멈추는 것이다.
한국GM은 올해 경영정상화 당시 약속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한다. 이에 구형이 되는 트랙스는 부평 2공장에 채워넣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신형이 나왔는데 구형 모델의 수요가 3년 후인 2022년 말리부 단종까지 유지가 되느냐다. 한국GM은 이에 “고객의 수요가 있을 때까지 계속 팔겠다”고 답했다. 없으면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2022년이 되면 부평 2공장은 멈추고 신차가 투입되는 부평 1공장(약 27만대 생산규모)과 경차 스파크와 신형 CUV가 만들어지는 창원공장(약 21만대)만 남는다. 그래도 GM이 약속한 연 50만대 생산체제가 가능하다.
다급해진 노조는 “(국내에 잔류를 약속한) 10년의 미래를 제시하라”고 경영진에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두 개의 신차를 통한 생산물량(확보와) 노동유연성을 통해 10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차를 출시하되 지금보다 인력 구조조정 폭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GM은 사무직에 대해 연중 희망퇴직을 받은 상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생산직 구조조정도 더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노조는 “노동 유연성은 2022년 부평 2공장의 또 다른 구조조정이라고 본다”며 “2022년 8월 이후 신차에 대해서는 이번 교섭에서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국GM의 올해 임금교섭도 장기전으로 갈 분위기다. 노조는 지난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축소된 복지혜택을 원상복구하고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진도 차량반납·성과급 반납·임금동결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