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노조 조합비가 바닥 날 처지에 놓였다. 10년 동안 100억원이 넘는 조합비를 유지해 온 노조가 불법파업으로 자칫 자금을 모두 소진할 위기에 처하자 조합비 인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법인분할 주주총회 저지 과정에서 주총장을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노조에 90억원대 소송을 제기한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추산한 손실액 92억원 중 우선 30억원에 대해 노조 측을 상대로 이날 울산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회사는 노조가 지난 5월 27일부터 주총 당일인 31일까지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수영장과 음식점 등 영업을 방해하고 극장 기물을 파손하는 등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입증 자료를 확보한 30억원에 대해 우선 소송을 제기하고, 물류 차질과 생산 방해와 관련된 나머지 자료를 확보하는 데로 추가 소송에 나선다. 회사는 소송에 앞서 노조 측 재산 이동이나 사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와 간부 조합원 10명을 상대로 예금 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울산지법은 이와 별도로 주총 방해 행위를 금지한 법원 결정을 어긴 노조에 대해 1억5,00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피해 입증 자료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는 지난해까지 임단협 타결과 함께 노조에 대한 각종 손배소를 모두 취하해 왔다. 하지만 회사는 “올해부터는 그럴 계획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조합비 잔액은 올해 6월 기준 134억원이다. 노조는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으로 받지 못한 임금 손실분을 조합비에서 지급해 줬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일수가 지난 2017년 8회에서 지난해 21회, 올해 27회로 늘어났다. 이에 따른 쟁의비 지출도 2017년 31억원, 2018년 17억원 이었으며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비 잔액도 2017년 173억원에서 계속 줄었다.
조합비 감소가 예상되면서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조합비 인상과 조합원 범위 확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행 기본급 1.2%(2만2,182원)에서 통상임금의 1%(3만8,554원)로 70% 이상을 올리는 안이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특히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이 많다. 노조 내 현장조직인 미래희망노동자연대는 “연간 조합비 약 30억원 중 47%(13억원)를 금속노조에 올려보내는데 지부가 파업지원금으로 받은 돈은 10%도 채 안 된다”며 “피땀 흘려 모은 조합비가 금속노조 곳간만 채운 격”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도 “대우조선은 조합비 인상을 조합원 투표로 결정했다”며 “우리에게 분명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라고 말하며 집행부를 비난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