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록 페스티벌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페스티벌 트렌드가 2~3년 전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으로 바뀌면서 관객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지산락페스티벌 주관사인 디투글로벌컴퍼니는 “오는 26~28일 지산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며 23일 밝혔다. 주최측은 “투자자의 자금 미지급, 공동제작사의 구속 등의 문제로 제작 일정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안전시설 점검과 신고 등을 일정 내에 소화하기 어렵다”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은 CJ E&M이 2009년부터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와 안산 대부도를 오가며 열던 ‘밸리록 페스티벌’과는 다른 행사다. CJ E&M이 2017년 지산리조트 행사를 끝으로 중단하자 디투글로벌컴퍼니가 비슷한 이름의 새로운 페스티벌을 계획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고, 할인 행사에도 티켓 판매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에는 국카스텐과 데이브레이크, 딕펑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해외 아티스트 킹 기저드 앤 더 리자드 위자드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전 락 페스티벌과 비교했을 때 높은 티켓 가격 대비 아쉬운 라인업에 팬들의 원성을 샀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부산광역시에서 무료로 운영해오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유료화를 선언했다. 케미컬 브라더스와 코트니 바넷을 섭외했고,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을 한국에 처음으로 데려온다고 밝혀 록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에이전시 사칭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의 출연이 불발됐다. 이후 공개한 아티스트는 국내 1세대 아이돌 그룹인 god여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록 페스티벌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주관사 변경의 후유증 탓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 자체가 줄어든 요인도 크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여름이 점점 더워지는 가운데 젊은 층은 EDM 음악 페스티벌로 넘어가면서 기존 관객들로만 록 페스티벌이 유지되는 모습”이라며 “록 페스티벌이 관객층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공연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서울 내 페스티벌을 선호한다”며 “도심에서 돗자리를 깔고 편하게 음악을 즐기는 파크형 페스티벌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