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흐름을 살피는 거시적 안목으로 투자하느냐, 개별 기업을 철저히 분석함으로써 우량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유형이 나뉜다. 전자를 톱다운(top down) 방식, 후자를 보텀업(bottom up) 방식이라 부른다. 톱다운 방식의 대표적 투자자로는 경기순환 주기에 따른 투자전략을 설명한 달걀 모형으로 널리 알려진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들 수 있다. 보텀업 방식의 대표로는 10년 이상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단 10분도 들고 있지 말라고 주장한 가치투자의 살아 있는 전설 워런 버핏을 들 수 있다.
양쪽 진영에서 투자 방식의 합리성을 입증한 대가가 다수 나왔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자에만 전념할 수 없는 일반투자자라면 톱다운 방식의 투자가 낫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로 일반투자자는 시간과 전문성이 모두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개별 기업을 분석하려면 재무제표를 분석하거나 직접 기업을 찾아가 묻고 살피는 탐방을 해야 한다. 이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투자하는 회사의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강화한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나 LG디스플레이 등의 개별 종목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해보자. 투자자라면 규제 대상이 된 고순도불화수소·플루오린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가 어느 공정에 쓰이고 대체가 가능한 것인지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투자자의 결정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 소재들이 단시일 내에 개발될 수 있다고 여긴다면 대체소재 개발과 공정 적용 시기에 주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한일 간의 외교적 입장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투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는 이런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보텀업 방식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면 전문성·자금·시간이 모두 부족한 일반투자자는 전문투자자를 절대로 능가할 수 없는가. 주변에서 펀드매니저보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훨씬 깊고 넓은 분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이런 분들에게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가 적격인데 그 식견을 투자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톱다운 방식은 비교적 전문성이 덜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 리스크에 당할 우려가 있다. 경기의 큰 흐름을 제대로 짚었어도 기업의 겉모습만 보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톱다운 방식으로 투자할 때는 누군가 보텀업으로 꼼꼼히 기업을 분석하는 수고를 대신 해주면 좋다. 간접투자인 펀드가 바로 그 해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