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2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에게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들을 오히려 주인으로 받드는 그런 검찰이 돼야 한다”며 “셀프개혁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든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거부하고 셀프개혁을 추진한 전임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윤 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제43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첫날부터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윤 총장은 “우리나라의 법집행기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두 축으로 하는 헌법체제 수호를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봐왔다”며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권력과 자본의 개입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체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추구할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윤 총장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인보사 사건 등 현재 검찰 내 산적한 각종 대기업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를 무시한 새로운 기업 사건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비리나 선거 범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서도 검찰이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윤 총장이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면서 자유시장경제와 형사 법집행의 문제에 관해 고민해왔다”며 “경제적 강자의 반칙과 농단에는 강력 대응하되 중소기업의 사소한 불법까지 수사권을 발동하는 데 대해서는 자제하겠다는 게 소신”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아울러 윤 총장 스스로 2003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 2013년 대선 국정원 선거개입수사,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 등 굵직한 정치권력형 비리 수사를 처리해온 만큼 정치권의 반칙 행위에도 엄정 대응할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윤 총장은 또 취임사에서 ‘국민’을 무려 24번이나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바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수차례 강조했다. 윤 총장은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공익적 필요에 합당한 수준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며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취임과 함께 이르면 26일 검찰 고위직 인사가 바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윤(57·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54·24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등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과 한동훈(46·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 인사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