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그룹주가가 연초 이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신차 출시 효과 등으로 자동차 업황이 회복된 현대차그룹의 자회사가 주가 상승률이 가장 뛰어났던 반면 내수·소비재 위주의 롯데그룹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외에도 삼성·LG·SK 등 국내 대표 그룹사 주가는 전자·화학·바이오 등 업종별로 주가가 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엔진·모듈 등을 생산하는 현대위아는 26일 주가가 5.61%나 하락하며 4만7,9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주가 급락에도 현대위아의 주가는 연초 대비 32.28%나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며 지주사 전환 과정에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역시 올 들어 29.21%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신차 라인업 구성에 성공하면서 완성차 판매량이 증가해 자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쏘나타·펠리세이드 등의 신차 효과 덕을 본 현대차는 10.13% 상승했다. 기아차 주가는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미국 시장에 투입한 텔루라이드와 쏘울 등의 수익성 향상으로 29.38% 올랐다. 그룹의 수출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19.77% 상승했다. 현대로템(-37.52%), 현대건설(-20.64%), 현대제철(-12.71%) 등은 국내외 경기 둔화의 여파로 감소했지만 주력사의 상승세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주의 시가총액은 올해 11조4,904억원 늘어났다.
반면 경기 변동성에 민감한 소비재 중심인 롯데그룹주의 수익률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은 대표 사업인 롯데백화점의 점유율 축소와 롯데마트 등 국내 슈퍼마켓의 영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6% 하락하고 슈퍼마켓 매출은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온라인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할인점 매출이 전년 대비 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나 백화점과 마트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위의 유통사업자인 만큼 본격적인 업황 둔화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최근 일본 무역규제에 따라 한일 감정이 악화된 것도 우려를 더한다. 이에 지주회사인 롯데가 30.93% 하락한 것은 물론 롯데쇼핑(-31.99%), 롯데푸드(-30.68%), 롯데하이마트(-20.15%) 등도 크게 부진했다.
삼성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제일기획이 24.67% 올라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고 반도체 업황 회복이 점쳐지는 삼성전자(21.83%), 삼성증권(20.63%), 호텔신라(8.8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8.72% 하락하며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31.90%)와 SKC솔믹스(46.07%)가 오른 반면 SK텔레콤(-8.91%)과 SK이노베이션(-3.62%), SK케미칼(-32.86%) 등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26.91%)와 LG디스플레이(-12.19%) 등 그룹의 대표 사업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LG이노텍(34.84%)과 LG상사(21.50%)는 강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