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홍콩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도심 곳곳 시위대-경찰 충돌

경찰, 불허한 시위 강행에 최루탄 쏘며 해산 나서

홍콩 시민들이 28일(현지시간) 도로를 점거하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홍콩 시민들이 28일(현지시간) 도로를 점거하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민이 1만여 명이 경찰의 불허를 거부하고 28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도심 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홍콩 재야단체 등은 이날 오후 3시 송환법 철폐를 요구하고 지난 21일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홍콩 도심인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 공원에서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1,000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


이날 차터공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홍콩을 되찾자”, “시대 혁명”, “나쁜 경찰”,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송환법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는 홍콩 정부와 백색테러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찰을 비판했다.

당초 집회 주최 측은 차터가든에서 출발해 쑨원기념공원까지 행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차터가든 집회만 허가하고 행진은 불허했다. 쑨원기념공원 근처에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있어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이날 오후 4시 무렵부터 시위대는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시위를 전개했다. 특히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셩완 지역에 있는 중련판 건물로 향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련판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경찰은 이들 시위대를 막아섰으며, 이에 시위대는 도로 난간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경찰과 대치했다.


오후 7시 무렵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본격적인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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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진압 시도에 시위대가 잠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내 전열을 정비하고 경찰에 돌을 던지고 카트에 폐지를 가득 담은 후 불을 붙여 경찰을 향해 밀어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공사 현장의 비계를 뜯어내 무장하기도 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자정 무렵까지 홍콩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으나, 자정이 되자 시위대가 대부분 귀갓길에 오르면서 평온을 되찾았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10여 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 최소 4명이 시위 현장 인근 퀸 메리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번 주말 시위에는 시위대 보호 역할을 자처한 ‘의용군’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붉은 리본을 팔에 묶은 이들은 헬멧과 고글,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야구 배트, 등산 스틱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대의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충돌도 불사했다. 이들이 무전기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은 거칠게 시위 참가자를 제압해 전날에 이어 과잉진압 논란을 불렀다. 경찰이 시위 과정에서 다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시위 참가자 옆에 최루탄을 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두 명의 현장 취재기자가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홍콩 명보와 AFP통신은 전했다.

전날 위안랑 역 인근에서 열린 백색테러 규탄 집회 때는 밤 10시 무렵 경찰이 갑작스레 위안랑 역에 들이닥쳐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들 경찰은 경고도 없이 들이닥쳐 시위대에게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으며, 이로 인해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을 다치게 하는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또 경찰이 주택가에 최루탄을 발사해 양로원으로 최루탄 가스가 들어가는 바람에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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