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베트남산 H형강 물량 밀려오자…韓 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고려

"한국산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

VSA 강력반발…통상마찰 우려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베트남산 H형강에 대해 한국 철강업계가 반덤핑관세 제소까지 검토하자 베트남 철강협회(VSA)가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철강발 한베트남 통상마찰이 우려된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국내 H형강 생산 업체들은 값싼 베트남산 수입 증가로 국내 업체들이 존폐위기에 놓였다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산 H형강 수입은 지난 2015년만 해도 7,204톤에 그쳤지만 지난해 20만톤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10만5,000톤이 수입됐다. 국내 대표적인 H형강 생산 업체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다. 중소형 제품은 두 회사가 함께 생산하고 대형 제품은 사실상 현대제철만 생산하고 있다.


보통 국내 H형강 가격은 톤당 70만원 수준이지만 베트남산은 보통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H형강은 안 그래도 공급과잉 상태”라며 “이들 업체가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수입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한 사례도 있다. 2014년 중국산 H형강에 대해 한국 업체들이 제소를 해 한국 산업부가 반덤핑 판정을 내리자 한국 정부와 중국 기업 간 가격 약속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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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국내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H형강은 거의 전부 포스코의 베트남 생산법인 포스코SS비나가 생산한 제품이다. 포스코SS비나가 베트남 유일의 H형강 생산업체여서다. 그런데 포스코SS비나도 상황이 좋지 않다. 동남아 시장을 노리고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현지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방을 두고 국내 업체와 국내 업체의 해외생산법인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 철강협회까지 이번 사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통상문제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VSA는 최근 한국 산업부와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한국철강협회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며 “베트남 H형강은 국제 시장 상황에 적합한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돼 한국산과 비슷한 가격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덤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입되는 H형강은 붕소 등을 첨가한 합금강 형태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는 베트남 정부의 세수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민의 안전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복까지 경고했다. 베트남에서 합금강은 무관세이지만 일반 H형강에는 관세 10%를 부과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힘겨운 상황에서 베트남과 통상분쟁을 벌이는 게 바람직한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국 업체들이 실제로 반덤핑 제소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한신·김창영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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