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또 자의적 잣대로 압박…중견 철강사 설자리 좁아져

■한국산 송유관 관세 2배 인상

정부 보조금·값싼 전기료 등

'특별시장상황' 걸고 넘어져

수출 1·2위업체 넥스틸·세아제강

올해 관세율 38%·23%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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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 2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에서 관세를 최대 2배 이상 높이기로 하면서 중견 철강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송유관 미국 수출 1위 업체인 넥스틸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38%로 올랐고 2위 업체인 세아제강은 지난해 14.39%에서 올해 22.7%로 상승했다. 통상 1위와 2위 업체 관세율의 평균 수준을 적용하는 기타 업체 관세율도 지난해 16.58%에서 29.89%로 올랐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함께 갈수록 강해지는 미국의 철강 통상압박은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이번 판결에서 다시 한 번 ‘특별시장상황(PMS)’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PMS는 미국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제도다. 반덤핑관세는 상대국과 수출국의 시장 가격 차이를 조사해 부과하는데 수출가격과 비교 기준이 되는 수출기업의 정상가격(normal value) 산정을 위해 업체가 제공한 원가 자료 중 보조금과 저렴한 전기요금 등 ‘특별시장상황’에 해당하는 부분을 상무부 재량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에서 상무부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철강사의 중간재(열연)가 폭넓게 유통되는데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대거 유입돼 한국 철강 시장의 가격이 왜곡됐다고 봤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해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며 강관제품에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쿼터를 설정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달 14일 나온 2차 연례재심 최종판정 관세율은 이날 이후 미국으로 수출된 송유관 제품에 적용된다. 3차 연례재심 최종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수출된 물량이 대상이다. 미국 상무부는 매년 각 품목에 대해 연례재심을 하고 예비판정과 최종판정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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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송유관은 미국에서 매년 3억~4억달러에 판매되는 품목이다. 유전에서 원유나 가스를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만큼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에는 약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송유관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송유관 생산이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형사가 아닌 국내 중견 철강업체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덤핑관세 인상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세아제강의 경우 송유관 제품이 내수와 수출을 합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전체 매출 대비 한 품목의 비중으로는 작지 않은 규모다.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인 넥스틸의 경우 송유관 비중이 세아제강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가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 강관 제품에 반덤핑관세 등 보호무역 장벽을 세우면 그만큼 한국 중소형 철강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구조다. 매년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절반가량을 강관류 제품이 차지하는데 강관류는 주로 중소형 업체들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미국 철강산업도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데다 관세율까지 계속 올라가면서 미국 수출 철강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송유관 반덤핑관세 인상으로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 기조를 바꿀 의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관세 소송을 다루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올 초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매긴 고율 관세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지만 미국 상무부는 이를 따르지 않고 관세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들의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한신·김우보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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