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다음달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방위 외교전을 위해 31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한다. 강 장관은 현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부당성을 알리는 한편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을 추진해 소통의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다.
강 장관은 먼저 다음 달 1일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일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회의, 3일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에 각각 참석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축인 아세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또 2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지역정세·국제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ARF는 한국과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아세안 10개국 등 총 아태 지역 27개국이 참여하는 회의체로, 지역 안보 문제를 집중 다룬다. 북핵도 주요 이슈다.
다만 올해는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한데다 당장 코 앞에 닥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현실화가 더 큰 문제다. 이에 강 장관을 중심으로 외교부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강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 장관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전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로선 일본이 계획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꽉 막힌 양국 갈등 국면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는 않지만 최근 러시아의 한국 영공 침범,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 대한 위기감이 생겼다는 점에서 3자가 공조 방안을 논의할 수 도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무역 및 다른 곤란한 이슈들에 대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 서명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국이 한일 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ARF 참석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