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비가치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 등장했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지난 5월 국내에 상륙한 ‘블루보틀’ 카페의 경우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십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한국의 기성세대는 이 같은 행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는 이유가 바로 인스타그래머블이다.
최근 외식과 쇼핑·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스타그래머블이 마케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 소비자들에게는 인스타그래머블한지 여부가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 모티브가 된다.
홍콩시티대와 미국 산타클라라대 교수들이 공동 진행한 소비자 연구는 최근 젊은이들의 소비행태를 이해할 수 있는 실증 데이터를 보여준다. 이들은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행위가 음식을 먹는 경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다. 새롭게 출점한 요구르트 디저트 카페에서 밀레니얼 세대 146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음식 사진을 포스팅하는 조건에 할당된 실험 참가자들은 디저트 카페를 방문해 요구르트 디저트를 주문한 후 먹기 전에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사진을 올리게 했다. 한편 음식 사진을 올리지 않는 조건에 할당된 다른 참가자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미리 나눠준 파란색 펜을 사진 찍어 포스팅했다. 이후 양쪽 그룹 모두 디저트를 먹고 이 디저트 카페에서의 식사경험 만족도와 카페 재방문 의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 카페를 추천할지 여부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음식 사진을 포스팅하는 조건에 속한 실험참가자들이 식사 만족도와 재방문 의도, 추천의도 등 모든 면에서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킨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경험에 더 만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속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올린 음식 사진에 더 많은 ‘좋아요’를 받았을 경우 맛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어낸 대상(음식)에 더 호의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제품과 서비스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속성을 가지는 게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이 더 맛있고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시대에 소비의 개념과 가치가 변하고 있다. 소비는 이제 검색 활동(Search)이고 사진 찍는 것(Posting)이며 공유 활동(Share)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