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두 달여의 진통 끝에 31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는 9월 협상을 또 하자는 데만 합의했다. 지난 6월 말 양국 정상이 오사카 담판에서 상호 관세공격 확대 중단 등을 포함한 ‘휴전’을 선언하면서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결국 무역전쟁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 중산 상무부장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상하이 시자오호텔에서 대면협상에 나섰지만 협상은 당초 예상보다 40분 정도 이른 오후1시37분께 마무리됐다. 협상 종료 후 미국 측 대표단은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출국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실제 협상 시간은 3시간이 채 안 됐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전날 양측 대표단의 만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정작 본협상은 예상외로 짧게 끝난데다 회담 후 양측 협상단이 어떤 코멘트도 없이 자리를 떠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당초 예상됐던 ‘스몰딜(small deal)’도 아닌 아예 ‘노딜(no deal)’로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블룸버그도 “3시간은 협상단이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며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다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저녁 “미중 협상단이 9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소개하면서 완전한 결렬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이날 협상의 유일한 성과가 두 달 후에 또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던 셈이다.
신화통신은 저녁에 중국 정부의 발표 형식으로 “미중 양측은 양국 정상이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에 따라 무역 분야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효율적이며 건설적인 교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중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자국 내 수요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고 미국 측은 구매를 위한 좋은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출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며 “회담은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상하이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날 것이라는 건 이미 전날 예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인 30일 미중 협상단이 만찬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중국은 우리 농산품 구매를 시작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는 트윗을 올려 양측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중국)이 얻는 합의는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고 중국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결렬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 많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5월 중국의 무역합의 법제화, 이행강제 조치와 맞물린 기존 관세 철회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이후 양국 정상이 오사카 담판에서 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이 재개됐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중국 제조업 경기는 3개월째 ‘위축’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로 집계됐다고 공개했다. 5·6월의 각 49.4보다는 소폭 상승한 것이지만 여전히 경기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