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자의눈]사채 내몰리는 서민들... 외면하는 당국

이지윤 금융부 기자




“지난해 최소 45만명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그 수가 1.5배 이상 늘어난 6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만난 저신용자 대출시장을 오랜 시간 연구해온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시중은행을 비롯해 2금융권까지 대출 문턱이 높아진데다 대부업체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마진이 줄자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것을 염려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은 제도권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부업이었는데 여기에서도 돈을 빌리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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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초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낮아진 후 대부업체들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 이용자 중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는 6개월 전보다 2,000명이 줄었지만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는 11만4,000명이 급감했다. 대부업체들이 금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초에 저신용자 대출의 문을 줄이는 상황이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저신용자들은 가족과 친척 등에게 돈을 빌리거나 이도 여의치 않을 때는 상상 이상의 초고금리가 적용되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올해 2금융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가 도입된데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개인신용 대출을 중단해 불법 사채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예외를 두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최고 성과로 가계부채 안정을 꼽았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 1·4분기 4%대로 떨어졌다는 수치만 놓고 보면 분명 최 위원장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드러난 수치에만 취해 자화자찬하고 있으면 제도권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리는 현실은 읽을 수가 없다. 이면을 보지 못하는 당국의 정책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부를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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