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국내 담배시장에도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이른바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 전자담배 등장 이후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궐련 업체들은 담뱃값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애연가들을 겨냥해 가격대를 낮춘 담배 출시를 늘려가고 있다.
1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궐련 담배제품은 총 230종으로, 이 중 4,500원 미만 제품은 전체의 14%인 25종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15년 담뱃값이 한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 이듬해인 2016년(8%)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BAT코리아는 7월 초 3,500원에 내놓은 ‘켄트’를 포함해 4,500원 미만 제품이 9종으로 가장 많았고, ‘카멜’을 판매하는 JTI와 ‘디스’를 앞세운 KT&G가 각각 8종의 저가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켄트는 전국 편의점과 담배소매점에 재고가 확보된 7월 둘째 주부터 소매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다. 이는 BAT코리아 역대 신제품 중 첫 달 판매 추이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슈퍼슬림 타입의 켄트 스위치와 켄트 퍼플은 전통적으로 슈퍼슬림 담배 선호도가 높은 대구·울산 등에서 다른 지역 대비 두 배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한정기간 동안 3,500원에 판매된다는 가격 메리트 때문에 한 보루씩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며 “담배시장에도 불황 속 가성비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배업체들이 저가 제품 출시를 늘리는 또 다른 이유는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궐련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 36억6,300만갑이던 궐련담배 판매량은 2017년 전자담배 출시 이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지난해 31억3,900만갑에 이어 올해 상반기 14억7,000만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이코스’, ‘릴’과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상반기 판매량은 1억9,000만갑으로 1년 전보다 24.2% 급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전체 담배판매량 중 궐련의 비중은 1년 전 90.7%에서 88%로 줄고,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은 9.3%에서 11.6%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담배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애연가들을 공략하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제품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