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러 정상 통화…트럼프, 푸틴에 러 산불 진화 지원 제안

푸틴 “필요하면 이용하겠다”…미·러 관계 회복 분위기 조성 시도로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대형 산불 진화 작업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재난에 대한 지원 의사를 표시하면서 최악의 상황인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이 오는 2일을 기해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했고, 러시아도 미국의 조치에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탈퇴 엄포를 하며 군비경쟁 재점화에 따른 신(新)냉전 시대 도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서다.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오늘 저녁 미국 측의 요청으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미국 대통령은 시베리아 산불 진화를 위해 러시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주의 깊은 태도와 지원 제안에 진심 어린 사의를 표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지원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고 크렘린궁은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이미 시베리아에서 산불 진화를 위한 강력한 항공대가 구성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이 향후 전면적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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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도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시베리아 지역에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화재가 난 러시아 시베리아·극동지역 타이가 숲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남한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헥타르가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연합뉴스화재가 난 러시아 시베리아·극동지역 타이가 숲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남한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헥타르가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은 양 정상이 두 나라간 통상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시베리아·극동 지역에선 현재 남한 면적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 헥타르(ha) 이상의 타이가 숲이 불타고 있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주요 산불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소방대는 물론 군대까지 투입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광범위한 지역으로 불이 번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선의의 지원 제안을 통해 양국 갈등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러 양국은 이란 핵문제,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분쟁, 중거리핵전력 조약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이견을 보이면서 냉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평가되는 갈등을 겪고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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