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NO 아베!"…日 아베 규탄 대규모 촛불집회 열려

아베규탄시민행동 3일 촛불문화제 개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비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국회의원도 연설

"日 아베 정부 한국에 사죄·배상해야"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조기자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조기자



“아베 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

일본이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지 하루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가운데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진 이날 옛 대사관 앞 거리에는 한 손에는 ‘NO 아베’가 적힌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종이컵으로 감싼 촛불을 든 시민 1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집결했다.


민주노총, 정의기억연대, 한국YMCA 등 682개 진보 단체가 모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역사 왜곡, 경제 침략, 평화 위협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시민행동은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고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선 아베 정권을 비판해왔지만 이번 문화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직후에 열려 특히 의미가 컸다. 이날 수많은 국내 언론뿐 아니라 NHK 등 일본 언론도 문화제 취재를 위해 옛 대사관 앞을 찾았다.



시민행동은 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오후 5시40분께부터 아베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신을 ‘항일 개그맨’이라 칭한 노정열씨는 “35년 동안 우리 국민을 괴롭히고 범죄를 저지른 일본은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에 수출 규제와 경제 침탈을 가하고 있다”며 “일본은 과거 침략 전쟁으로 이웃 나라를 침탈하고도 사죄하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신조가 아주 못됐다”면서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배상을 하는 게 옳은 신조”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서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조기자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서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조기자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과 함께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뜻을 나눴다. 심 대표는 “어제(2일) 아베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한 것은 총칼 대신 경제를 앞세운 제2의 침략전쟁”이라며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국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일본은 세계 경제 2위의 자리를 중국에 빼앗기고 한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반도체 핵심부품이나 수소자동차 등 한국의 첨단기술을 차단하려는 발칙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서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희조기자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서서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희조기자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은 경제 침체 속에서 잃어버린 30년을 버렸다”면서 “대한민국을 향한 비정상적인 무역 규제를 통해 (경제 침체를) 만회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만행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100년 동안 집안 대대로 일본과 싸워온 정신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일본과 싸우겠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회의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도 이날 연단에 섰다. 김 전 원장은 “위안부 문제의 정확한 명칭이 ‘국가 강간’인 것처럼 이번에 아베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일은 ‘경제 침략’이라는 용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가 원하는 것은 개헌이고 아베가 팔고 싶어하는 것은 동계올림픽”이라며 “(아베가 한국에) 사죄하고 배상할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도 지소미아 폐기와 시민들의 협조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대한민국을 국가적·안보적으로 믿을 수 없는 국가라고 선언한 일본과 어떻게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겠나”라며 참가자들에게 지소미아 폐기를 청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할 것을 요청했다. 권 위원장은 “아베 정권이 노리고 있는 것은 한일 시민의 대립을 부추겨 한국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베 정권의 이런 의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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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도 아베 정부를 향한 규탄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일본은 은폐를 넘어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동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정의기억연대는 일본의 공식적 사죄와 법정 배상을 요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조기자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희조기자


참가자 자유발언 시간도 마련됐다. 일본 전범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진행 중인 대학생겨레하나 소속 김수정(21)씨는 “이번에도 일본에게 제대로 사죄받지 못한다면 이 사회에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이 무슨 짓을 하든지 끝까지 행동할 것이며 결국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주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생 조해인(18)양도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2017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교류단에 선발돼 일본에 갔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슬펐다”면서도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 김민성(16)군도 “일본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더 이상의 다툼 없이 미래를 향한 동반자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일본에게)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희조기자아베규탄시민행동이 주최한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거리에서 한국에 경제보복을 행하는 일본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희조기자


땅거미가 완전히 진 후 정해랑 시민행동 대표가 참가자들 앞에서 마무리 발언을 했다. 정 대표는 “아무리 강한 외세라도 (한국) 내부에 그들의 앞잡이가 되는 매국노가 없다면 외세는 우리를 침략할 수 없다”며 “21세기 매국노와 신(新)친일파, 토착왜구가 있기 때문에 폭염 속에도 우리는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과 지난 1일 70대 남성 2명이 각각 일본대사관 앞과 세종로 공원에서 분신을 해 숨진 일에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그분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가자들에게 지소미아 폐기 청원 동의, 일본 제품에 대한 일상적 불매운동,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행동을 해나갈 것을 요청했다.

문화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종각과 세종대로를 거쳐 조선일보 사옥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이들은 조선일보 앞에서 ‘조선일보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 띠를 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시민행동은 광복절인 이달 15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아베 정부 규탄 촛불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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