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술혁명과 디지털화뿐 아니라 매우 급격한 고령화라는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마크 키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 및 직업능력개발 담당 과장은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콕 집어 수차례 강조했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은 빠른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해 준비를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활력을 저하시키고 우리 경제를 옥죄는 구조적 요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불과 6년 후인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감안할 때 노동생산성 제고가 필수임에도 노동시장에서 이에 대한 대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대비책으로 정부가 부랴부랴 재량근로제 확대 등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수개월째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고, 파견법에 가로막혀 유연화는 아직 먼 얘기일 뿐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새로운 직업군을 형성하고 다른 영역으로 움직이는 시대가 왔어도 제도와 법안은 아직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만족감을 주는 현금복지보다 일하는 복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60세를 지나서도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령 근로자들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재정부담만 늘리는 복지는 손질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산업구조로 사양산업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을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신산업으로 옮겨가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 현금 주는 데만 매몰돼 있다”고 꼬집었다.
/파리=김연하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