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부실대학 구조조정 포기하겠다는 건가

교육부가 대학 입학정원의 강제 구조조정 방침을 바꿔 오는 2022년부터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교육부가 6일 내놓은 대학 혁신 지원방안을 보면 내년부터 여러 전공이 결합된 융합학과를 설치하는 대학에 교사 및 교원 확보 요건을 완화해주고 지방대와 지방자치단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지역 상황에 맞는 발전계획을 수립·추진할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처방이 포함돼 있다. 이런 방안은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고 교육부는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교육부가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대학 정원 감축 작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육부도 “2024년이 되면 대학 신입생이 정원에 비해 12만4,000명이나 모자라는데 이 정도면 정부가 줄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는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야기대로 저출산으로 대학에 입학 가능한 만 18세 인구는 올해 52만6,267명에서 2024년 37만3,470명으로 줄어 2018학년도 대학입학 정원 49만7,000명에서 25%가 모자란다. 이렇게 되면 지방 사립대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질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교육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해도 쉽지 않았는데 그나마 손을 떼면 대학은 엄청난 혼란을 겪어야 한다. 특히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이 자연 도태될 경우 구조조정 효과를 볼 텐데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학법인이 해산할 때 남은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고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하도록 돼 있어 학생이 없는데도 학교는 산 듯 죽은 듯 운영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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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최소한 폐교를 원하는 사학법인이 남은 재산을 일부라도 가져갈 수 있도록 퇴로를 허용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에 정원 감축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지역 민심의 눈치나 보는 인기영합 정책으로는 대학 정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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