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 수가 30% 가까이 급감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FSC)들도 한·아랍에미리트(UAE) 항공 회담의 결과에 따라 주력인 유럽 노선의 수익성이 악화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들어 일주일 동안 에어포털 실시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나리타 등 27개 주요 공항을 오간 승객 수는 19만9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2,384명)보다 2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수는 1,421편에서 1,487편으로 늘었지만 승객 수는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여객기 한 편당 승객 수도 지난해 177.6명에서 올해는 128.4명으로 50명(2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여행 감소세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첫 보름간(1~15일) 편당 승객 수는 162.2명이었지만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심화된 후반기(16~31일)에는 154.7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달 들어서는 감소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 노선의 비율이 30~60%에 달하는 국내 LCC 들은 서둘러 일본 노선을 감편하고 있다. 이날 제주항공(089590)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5개 노선(도쿄·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오키나와)와 무안에서 출발하는 2개 노선(도쿄·오사카), 그리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2개 노선(오사카·후쿠오카) 등 총 9개 노선을 축소한다고 밝혔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일본행 감축에 이어 부산에서 출발하는 오키나와 노선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주요 LCC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노선까지 ‘빨간불’이 켜지게 되면 딱히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LCC의 관계자도 “노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하반기에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도 갑작스러운 악재를 맞게 됐다. 7일부터 열리는 한국과 UAE 간 항공 회담의 결과에 따라 핵심 수익 노선인 유럽 노선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이번 회담에서 UAE 측은 인천~UAE 노선을 기존보다 두 배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UAE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의 상당수가 UAE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이라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 이용객 가운데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의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환승객이었다. 유럽 주요 도시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UAE 노선이 늘게 되면 유럽 직항 승객들이 대거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UAE 항공사들이 노선 증편을 요구하는 것은 국내 유럽 항공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도”라며 “현재로서도 UAE 노선은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