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하면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을 사실상 그대로 답습하게 됩니다. 현재 정책도 그렇고 집값 흐름도 참여정부 때와 흡사합니다. 규제 내성만 더 키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한 부동산 전문가)
국토교통부가 다음 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세부 방안 발표를 공식화한 데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민간 아파트의 가격까지 직접 통제하면 참여정부와 판박이가 되는데 아파트 공급 축소 등으로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앞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벌써부터 새 아파트 희소성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참여정부는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으나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시장 내성만 키우고 끝났다. 현 정부가 민간 분양가상한제까지 꺼내 들면 참여정부 때 내놓았던 대책을 거의 다시 부활시킨 셈이 된다.
◇ 정책도 집값 흐름도 판박이=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2002년 30% 뛴 직후 들어선 참여정부는 5·23대책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금융위기 이전까지 무려 30여 차례 이상의 대책을 발표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부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수도권 2기 신도시 건설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이 실시 됐다.
그렇다면 당시 집값 흐름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대책 발표 뒤 잠시 주춤했다가 상승하고, 다시 추가 대책으로 이어졌다. 참여정부의 부동산과의 전쟁은 집값은 잡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규제 내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 정부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평균 79.94% 상승하는 등 집값 안정화는 결국 이뤄내지 못 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집값 흐름도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6월 19일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전 정부에서 완화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강화하고 전매제한기간을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8·2 대책을 내놓았고,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9·13 대책을 발표하는 등 규제→ 주춤→다시 상승→추가 대책 등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수요억제 및 공급 등 부동산 대책 여러 면에서 ‘참여정부 시즌2’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판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올 7월까지 33.6% 상승했다.
◇ 경기도 안 좋은 데 부작용 더 커질라 =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시절을 답습하면서 양극화의 골이 심해지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급등 등 과거의 실패가 재연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관련 국책연구기관은 수급 불안이 원인이라고 평가했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08년 보고서에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지고 민간택지 공급이 위축됐다”며 “이런 가운데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나오면서 거주 목적이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청약에 나서는 등 가수요가 급증해 시장과열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 되면 서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또다시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30만 가구 건설 역시 서울 수요를 대체하기 힘든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주택공급원인 재개발·재건축이 중단 되면서 공급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서경 펠로·경인여대 교수)은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재개발 재건축이 ‘올스톱’ 될 것”이라며 “정책 효과로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지만, 장기적으로 서울 지역에 공급이 대폭 줄기 때문에 아파트값 상승과 전셋값 불안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정책적 사이클을 살펴보면 참여정부 시절의 공급 위축과 가격 급등이 또다시 재현될 위험성이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 보복 등으로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강동효·한동훈·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