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불매운동 피하자"...식품 원료 '脫일본' 바람

일부 즉석밥 용기 국산으로 교체

우유엔 일본산 향신료 안쓰기로

국내여행 계획 고객 할인행사 등

유통·호텔도 '국산 밀어주기'







일본산 불매운동의 여파가 날로 확산하면서 식품업계가 일부 첨가물이나 포장용기에 쓰던 일본산 원료를 국산이나 제3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일본산 원료의 규모나 비중 자체는 극히 미미하지만 자칫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유통·호텔업계는 국내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국내 여행 장려 등 ‘국산 밀어주기’에 나섰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즉석밥 ‘맛있는 오뚜기밥’의 전체 용기 물량 가운데 5% 가량을 차지하는 일본산 용기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불거진 이후 일본산 용기에 대한 신규발주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오뚜기 관계자는 “전체 물량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한일 갈등 이슈가 터지면서 선제적으로 일본산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향후 100% 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원F&B도 즉석밥 포장 단계에서 부패 방지 역할을 하는 산소흡수제의 경우 그동안 국산과 일본산을 혼용해왔지만 점차 국산 비중을 늘려나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에서 쌀의 맛과 향을 보존해주는 미강 추출물을 일본산에서 국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산 미강 추출물의 함량은 0.1% 미만에 불과하지만 불매운동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이슈와 무관하게 이전부터 국산 미강 추출물 개발을 추진해왔다”면서도 “한일 갈등 국면을 계기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 추출물의 원산지가 원전 폭발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라는 잘못된 괴담이 퍼지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치즈와 가공유 등을 생산하는 우유업계도 일본산 원료 사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커피 맛 우유 등 가공유에 들어가는 일본산 향신료를 이달 초 테스트를 거쳐 중순부터 싱가포르 등 제3국 제품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남양유업도 “대체 불가능한 재료 외에는 일본산 재료를 쓰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가공유에 쓰이는 일본산 향신료의 교체 외에도 일본 유명 치즈 브랜드 ‘QBB’와의 수입판매 계약종료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어차피 주력상품도 아닌데다 매출이 부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던 중 일본 이슈까지 터지면서 계약종료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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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호텔업계는 국내산 장려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7일부터 국내 여행 계획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가를 내세우는 ‘통큰 가격’ 행사에 돌입한다고 6일 밝혔다. 국내 휴가지에서 즐길 수 있는 신선식품과 다양한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이 할인 대상이다. 롯데마트 측은 “갑작스러운 해외 여행 취소 등으로 가족단위의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올 여름 전체 휴가객의 40%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앞두고 해당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 계열 호텔·리조트는 국내로 휴가를 떠나는 고객들을 위한 ‘국내 여행 응원 캠페인’을 실시한다. 경주의 코오롱호텔과 마우나 오션리조트는 오는 31일까지 최대 6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성수기 특가 패키지’를 선보였다. 14일부터 31일까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주와 부산의 명소를 알리는 고객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한다.

장재혁 코오롱LSI 대표는 “최근 해외여행 대신 국내 휴가지를 찾는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여행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산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브랜드의 제품들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이너웨어시장의 침체에 영향을 줬던 유니클로가 주춤하면서 남영비비안의 대형마트 브랜드 ‘드로르’는 ‘쿨런닝’과 ‘프리컷브라’ 제품의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54%와 69%씩 증가했다. 김현상·변수연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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