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해 경영정상화에 돌입한 후 1년여 동안 한국 본사에 주재하는 외국인 임원의 50%를 감원했다. 노동조합의 고통분담 요구와 미국 본사의 구조조정 결정에 1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임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36명이던 외국인 임원을 올해 상반기 기준 18명까지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에서 약 71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임원 감축 등에 대해 동의했고 1년간 약 50%의 인력을 줄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설 법인과 아시아태평양본부로 옮긴 임원도 있지만 일부 인원이고 대부분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메리 배라 GM 회장은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지역에서 1만8,000명의 인원을 줄이는 동시에 임원도 25% 감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한국GM의 임원 감축 규모는 미국 GM의 두 배에 달한다. 5년 연속 적자를 본 후 본사와 산업은행의 자금으로 회생의 기회를 얻은 한국GM은 더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외국인 임원을 한 명 줄이면 작게 잡아도 연 수억원의 인건비와 체제 비용이 감소한다. 10명만 줄여도 연간 수십억원에서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외국인 임원 감축을 마친 한국GM은 1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전무·상무급도 순차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해 약 1만3,0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줄고 차종 감소로 생산 차종도 간소화된 만큼 과거와 같이 많은 임원이 필요 없다는 판단이다. 노조의 고통분담 요구에 대응해 노사 협상력을 높이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한국GM은 오는 2023년까지 약 15종의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한국GM이 앞으로 국내에서 생산할 주력 차종은 중형 세단 말리부와 경차 스파크, 곧 구형이 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내년에 나올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2023년 창원공장에서 생산이 예정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 5종이다. 현재 미국에서 수입하는 말리부 터보 모델과 중형 SUV에 이어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도 추가로 미국에서 들여온다. 내년 초대형 SUV 타호 등도 라인업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새로 생산되는 차종은 2종(트레일블레이저, 신형 CUV)에 불과해 과거처럼 한국 생산과 기획·전략 단계에서 한국인 임원이 많이 필요 없다. 특히 브랜드 쉐보레를 수입차협회에 등록한 만큼 임원 구조조정은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임원 희망퇴직과 함께 한국GM은 약 500여명에 달하는 팀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들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다.
외국인 임원을 절반 줄였고 한국인 임원도 본사의 방침대로 약 25%가량 감축할 경우 한국GM이 줄이는 인건비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이 비용을 앞으로 출시할 신차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내년 국내 출시 및 수출될 트레일블레이저를 판매하는 데 쏟을 계획이다. 한국GM은 올해 연간 20만대 이상 수출되던 트랙스가 신형(트레일블레이저) 생산을 앞두고 내수 및 수출이 줄고 있고 지난해 내놓은 중형 SUV 이쿼녹스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 6월 부평 본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카허 카젬 사장은 “분기 단위의 흑자는 시현했다”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국GM은 북미 베스트셀링 대형 SUV 트래버스가 출시되고 내수와 수출 신차인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오면 극적인 반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GM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미에서 인기 있는 트래버스는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처럼 월 600대 수준만 팔려도 대성공”이라며 “트레일블레이저가 전성기 트랙스만큼 수출된다면 공장 폐쇄, 인력 감축 등으로 효율화를 다진 한국GM이 부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