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수요일] 태풍은 북상 중

- 이문숙

물류창고 지붕 위 타이어를 보네


육중하게 방수막을 누르고 있네

창고 속으로 박스에 담긴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딸려들어가네

태풍은 북상 중이라는데

길이 유실되고 방파제가 붕괴되고

수백 년 마을이 폐허가 되는

막대한 위력의 태풍이 오고 있다는데

이곳에는 타이어 아래

방수막 자락을 간신히 들었다 놓는

얕은 바람이 일 뿐

진열대에는 새로운 신발이 놓이네


상륙 중인 태풍과 한바탕 격전을 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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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의 검은 몸체가

물류창고 지붕을 꽉 누르고 있네

1415A30 시로여는 수욜



태풍에 맞서는 타이어도 한때는 속도의 광신도가 아니었나? 질주하던 바퀴가 질주해올 바람을 온몸으로 설득한다면 솔깃하지 않겠나? 물류창고 지붕엔 타이어라도 얹혀 있지, 오늘 핀 꽃은 우산도 없이 흔들리네. 더러 길이 유실되고 방파제가 부서지기도 하겠지만 수백 년 마을이 폐허야 되겠는가. 비바람 그치면 새 신발 신은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뛰어가지 않겠는가. 미풍으로 개종한 태풍이 꽃가지를 간질이며 까르르 웃지 않겠는가. 겉보기 평안해 보여도 누구나 자기만의 태풍이 일었다 소멸하는 바다가 하나쯤 있지 않겠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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