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전국 105개 대학에 의욕적으로 설립한 대학일자리센터가 파행 운영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에 직업상담가들의 불안한 처우 등으로 전문성을 갖춘 상담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취업률 개선에 별 도움이 안되고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컨설팅의 유혹에 빠지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 현재 105개 대학일자리센터에는 541명의 직업상담가들이 배치돼 있다. 고용부에서 주관하는 대학일자리센터는 대학 내에 흩어져 있던 진로 및 취·창업 지원기능을 통합해 특화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5년 동안 대학당 매년 5억원 안팎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전문상담사를 통한 진로설계 및 취업상담, 입사서류 및 면접 클리닉, 채용상담회 유치 및 지원,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상담사 중 인사노무 업무 경력자가 극소수고 근속연수 역시 길지 않아 학생들에게 내실 있는 고용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41명의 상담자 중 대학에 소속된 정규직 직원은 3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년 시한부의 계약직 직원이거나 민간위탁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고용부에서는 민간위탁업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례도 포함시켜 공식적으로 174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업종 특성상 비정규직 신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대표 민간위탁업체 회사의 한 임원은 “업체와 정규직 계약을 맺었어도 상담사가 속해서 일하던 특정 사업이 중단되거나 소속 업체와 계약을 끊으면 고용계약도 대부분 해지되는 게 관행”이라며 “고용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려면 상담사들이 민간업체 경험이 풍부하거나 해당 대학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취업 사례를 오랫동안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안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학 측은 직업 상담가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담에 위탁업체 소속이든 자체 계약한 비정규직이든 2년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하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전북의 A 대학 취업센터장은 “지방대학들은 주로 비정규직 직업상담사를 직접 채용하는데 2년이 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뽑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렇게 운영하다 보면 로열티 확보가 어렵고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에도 걸림돌이 되지만 대학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현실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소속된 취업컨설턴트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무기계약직이라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계약기간 종료가 임박할수록 학생 상담은커녕 각자 자기 일자리 알아보기도 벅차다”며 “연차가 낮은 컨설턴트들은 좋은 취업처가 들어오면 학생에게 소개하기보다 스스로 지원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민간업체가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은 위법 요소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파견 가능한 업종은 분진작업·간호조무사·의료기사·화물운송 등으로 제한된다.
경북 지역의 한 위탁업체 대표는 “소속 직원을 대학 일자리센터에 파견을 보내기로 한 뒤 사업자 등록증에 파견업을 추가하기 위해 지방국세청에 공식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사실상 지금은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파견이 이뤄지면서도 모두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부 대학에서는 모호한 경계에 있는 직업상담사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부에 공식 질의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실정이다. 이상돈 의원은 “청년들에게 내실 있는 고용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대학일자리센터의 상담사마저 전문성이 떨어지고, 고용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라며 “직업상담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